디지털자산기본법, 이달 중 발표 임박…대주주 지분 제한 논란 여전히 최대 쟁점
한국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이달 중 공식 발표를 목표로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대형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정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의 첨예한 대립이 법안 통과의 최대 변수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이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명확한 규제 틀을 제공해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사진: 셔터스탁]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가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다만 최대 쟁점인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둘러싼 정치권과 금융당국, 업계 간 이견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현행 디지털자산이용자보호법 이후 추진되는 2단계 입법 성격의 법안이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대체거래소 규제를 준용해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와 금융당국의 협의 과정에서 상한선을 20%로 두되 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34%까지 허용하는 절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법 시행 후 3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에 거론된 15~20% 범위안보다 기준선을 20%로 높인 것이지만 대주주의 보유 지분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도록 하는 구조라는 점은 같다. 이 때문에 주요 디지털자산거래소들의 지배구조 개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포괄적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가 되는 구조다. 이후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요 지분은 송치형 두나무 회장 19.5%,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 10%, 네이버 17% 수준으로 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대주주 지분 제한을 법인인 네이버파이낸셜에 직접 적용할지, 실질 지배 개인에게 적용할지, 또는 특수관계인을 합산할지에 따라 추가 매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법인이 최대주주인 거래소들의 부담도 크다. 코빗은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분 92.06%를 확보한 상태여서 34% 상한이 확정되면 대규모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
빗썸도 지주사를 통한 지배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상한 규정이 적용되면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고팍스 역시 바이낸스의 보유 지분 처리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실제 영향은 최종 입법 문구에 달려 있다. 대주주 범위를 개인 기준으로 볼지, 법인 기준으로 볼지, 특수관계인을 어느 범위까지 합산할지, 기존 사업자에 대한 경과규정을 어느 수준까지 둘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분 제한을 두고 위헌 논란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이 재산권, 직업의 자유 및 기업활동의 자유, 소급입법 금지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 대주주가 적법하게 취득한 지분을 사후적으로 강제 처분하도록 하거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이 도입될 경우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고 중대한 공익상 사유가 없는 한 위헌 판단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해외 입법례와의 정합성 문제도 제기했다. 유럽연합,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국의 디지털자산거래소 규제 체계에서는 대주주 지분율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뚜렷하지 않고 대신 일정 지분 이상 취득 시 당국 승인이나 적격성 심사를 통해 지배구조를 관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 지분 제한 규정 역시 설립 단계부터 적용되는 구조인 만큼 이미 운영 중인 거래소에 사후적으로 동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규제 맥락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의 반대도 분명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일 국회 세미나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가 과도하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장 대표는 소유 구조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책임경영을 저해하고 인재와 자본의 해외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금융당국은 지분 제한 필요성을 유지하고 있다.
거래소가 사실상 시장 인프라 성격을 띠는 만큼 특정 주주에 의한 지배력 집중을 막고 이해상충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상장 기준 정비, 발행인 책임 강화 등 2단계 입법을 더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남은 변수는 입법 일정이다. 민주당 디지털자산TF는 3월 중 법안 발의를 목표로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정부안 발표, 당정협의, 여야 간 이견 조정이 남아 있어 최종안은 발의 직전까지도 추가 수정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합의가 불발될 경우 민주당이 독자 법안을 중심으로 입법 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제도 마련이 늦어지면서 국내 핀테크 기업들의 사업 준비도 지연되고 있다"며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협업,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지분 확보 등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 재편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거래소 지배구조 규제가 확정되면 사업 전략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