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vs 빗썸: 가상자산 거래소 판도 변화의 시작인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업비트와 빗썸의 경쟁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두 거래소 간의 격차가 좁아지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한때 업비트가 압도적 1위를 달리던 시절은 갔다. 이제 빗썸이 부상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 수수료 인하와 신규 상장 코인 확대로 인한 효과"라고 분석한다.
물론 아직은 업비트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그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이제 두 플랫폼을 오가며 더 나은 조건을 찾고 있다. 결국 거래소들도 결국은 전통 금융사들과 다를 바 없이 수수료 경쟁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국내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1·2위인 업비트와 빗썸 간 격차가 3분기 들어 급격히 좁혀졌다. 빗썸의 매출·영업이익 증가 속도가 가파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양강 체제를 굳히는 흐름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올해 3분기 3859억원의 매출과 23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54% 늘어난 수치다.
빗썸은 같은 기간 매출 1960억원, 영업이익 701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매출 689억원, 영업이익 80억원 대비 각각 184.4%, 771.1% 급증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양사의 이익 규모 격차다. 양사 2분기 7.1배(1313억원)에서 3.4배(1652억원)로 영업이익 편차를 줄였다. 같은 기간 매출 차이도 2.1배(1513억원)에서 1.9배(189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가장 큰 요인은 전반적 시장 회복이다. 거래소 실적에는 보유 가상자산 가치가 반영되는데, 올해 초부터 트럼프 랠리로 시장이 상승 전환하면서 거래소들의 평가이익이 개선됐다.
실제 업비트는 3분기 보유 가상자산이 전년 1조4883억원에서 올해 2조9244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빗썸의 경우 가상자산 평가손익이 전년 3분기 97억 손실에서 올 3분기 465억원으로 양전환하며,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을 크게 끌어올렸다.
여기에 빗썸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키운 것이 격차 축소를 가속했다. 시장 호황과 점유율 상승이 맞물리며 체급차가 줄어든 것.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3분기 5대 거래소의 점유율은 업비트 67%, 빗썸 30%, 코인원 2.1%, 코빗 0.47%, 고팍스 0.08%순으로 집계됐다. 거래액으로 환산하면 업비트 약 413조원, 빗썸 186조원으로 전체의 97%를 차지한다.
빗썸의 올 3분기 마케팅 비용(광고선전·판촉비)은 6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배 뛰었다. 같은 기간 두나무는 광고선전비를 39억원에서 168억원으로 4배 넘게 늘렸다. 두나무는 판촉비가 회계상 기타비용에 포함되는데, 이 항목은 전년과 동일한 177억원으로 나타났다. 즉 업비트가 빗썸에 대응해 전년 대비 마케팅을 대폭 확대한 모습이다.
상장 전략 변화도 시장 점유율 변화에 영향을 줬다. 빗썸이 올초부터 신규 상장을 공격적으로 늘리자 업비트도 속도를 올린 상황이다.
빗썸은 올 1분기 45건, 2분기 33건, 3분기 37건의 신규 종목을 원화마켓에 상장했다. 같은 기간 업비트는 13건, 18건, 26건으로 점진적으로 상장을 늘렸다. 그간 상장 심사에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던 업비트가 빗썸의 거래량·점유율 반등을 의식해 전략을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3분기 동안 빗썸은 멀린체인(MERL), 이클립스(ES) 등 업비트 비상장 종목을 선제적으로 상장해 거래를 집중시켰다. 9월에는 업비트에 상장되지 않은 월드코인(WLD)이 급등하며 빗썸의 점유율이 한때 46%까지 치솟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거래 환경이 회복되면서 상장, 이벤트, 수수료 정책 등이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마케팅에 소극적이던 업비트 역시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