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유최고가격제’ 3차 발표로 전국 ’술렁’…오늘 0시부터 즉시 적용

이재명 정부가 치솟는 유가 충격을 막기 위해 내놓은 강력 카드 '석유최고가격제'의 세 번째 성적표가 공개되며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브리핑을 통해 휘발유 ℓ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의 도매가 상한선을 2차와 동일하게 유지하며, 이 조치가 10일 0시부터 즉시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재도입된 이 비상 조치는 국제 유가 급등 시 소비자 가격 전이를 차단하는 것을 핵심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민생 경제 보호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제 유가 변동성과 민생 부담 고려한 '고육지책'
경유 서울 평균가 2000원 돌파. 지난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 뉴스1정부가 가격 인하가 아닌 동결을 선택한 배경에는 최근의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자리 잡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휘발유가 1.6%, 경유가 23.7%, 등유가 11.5%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오름세를 보였다. 원칙대로라면 국내 공급가 역시 인상 요인이 발생한 상황이었으나, 정부는 민생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두었다.
특히 지난 8일 전해진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표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휴전 소식 직후 급등하던 국제 유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극심해지자, 정부는 무리한 가격 변동보다는 일단 현재 수준에서 가격을 묶어두는 방향을 택했다. 국제 가격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영할 경우 서민 경제에 미칠 타격이 너무 크다는 판단이 깔린 고육지책인 셈이다.
공급가 상한제와 소비자 체감 가격 사이의 시차와 괴리
저가 주유소에 몰린 차량들. 자료사진. / 뉴스1정부의 이번 동결 조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않다. 서울 등 대도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이미 ℓ당 2,000원을 넘어선 곳이 많아, 정부가 고시한 1,934원이라는 숫자와 큰 괴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지불하는 소매 가격이 아니라, 정유사가 주유소에 파는 도매 가격에 적용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주유소 판매 가격에는 정유사의 공급가 외에도 개별 주유소의 임대료, 인건비, 운영 마진 등이 추가로 붙는다. 특히 임대료가 높은 서울 지역이나 유통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정부의 상한선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또한 국제 유가 하락이나 정부의 가격 통제 효과가 실제 주유소 가격표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주에서 3주 정도의 재고 소진 시차가 걸린다. 따라서 국제 유가가 꺾였다는 소식이 들려도 당장 내일 아침 주유소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이러한 유통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30년 만의 비상 조치, 향후 전망과 민심 향방
'석유가격최고제'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정부는 이번 3차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인해 시장에서 경유는 ℓ당 약 300원, 등유는 100원, 휘발유는 20원 수준의 가격 억제 및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제도 시행이 없었을 경우 국제 가격 상승분을 따라 올라갔을 예상치와 비교한 수치다. 아울러 정부는 가격 통제로 인해 정유사가 입게 될 정당한 손실에 대해서는 이미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보전 방안을 마련해 둔 상태다.
하지만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더 오르지 않는 것을 넘어선 실질적인 가격 인하다. 이번 동결 조치는 가격 상승의 흐름을 잠시 멈춰 세운 '정지 버튼'의 역할일 뿐, 유가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후진 버튼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많은 소비자는 휘발유 가격이 다시 1,700~1,800원대로 내려가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향후 2주간의 국제 유가 흐름과 시장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4차 가격 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히 정유사들이 물량을 쌓아두거나 수출로 돌리는 행위를 막기 위해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병행하고, 담합 여부에 대한 세무 검증도 강화할 계획이다. 유례없는 고유가 행진 속에서 정부의 이 비상 브레이크가 민생 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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