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대중화 가속…美 401(k)·증권계좌 타고 수백만 투자자 유입
미국 금융시장에서 비트코인(BTC)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퇴 계좌(401(k))와 일반 증권계좌를 통해 수백만 명의 신규 투자자가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권 자금 유입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단기적인 급등에 따른 10% 수준의 조정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비트코인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이윤서 기자]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이 아닌 자문계좌, 증권계좌, 퇴직연금 상품을 통해 대중에게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3일(이하 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 채택이 전통금융 유통망 안에서 넓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수백만명의 일반 투자자들이 기존 투자계좌 내에서 비트코인을 접하게 될 수 있다고 봤다.
핵심은 접근 방식의 변화다. 과거처럼 개인이 별도 지갑을 만들고 거래소를 이용하는 구조가 아니라, 자산관리사가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에 소규모 비트코인 비중이 들어가거나, 증권계좌 안에서 상장지수상품(ETP)을 보유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자문사 채널의 문턱은 낮아지고 있다. 2026년 비트와이즈와 베타파이(VettaFi)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객 계좌에서 암호화폐를 매수할 수 있는 자문사는 42%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35%, 2023년 19%에서 상승한 수치다. 2025년에는 자문사 32%가 고객 자금을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고 답했고, 이미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자문사 중에서는 고객 포트폴리오에 2% 넘게 편입한 비중이 64%로, 직전 조사 51%보다 상승했다.
이 흐름을 키운 계기 중 하나는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 점이다. 이 상품은 기존 증권계좌와 포트폴리오 관리 시스템에 맞는 구조를 제공했고, 자문사와 브로커가 기존 주식·채권·펀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비트코인 익스포저를 편입할 수 있게 했다.
피델리티의 2026년 '제로에서 벗어나기' 연구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피델리티는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비중을 0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근거를 갖춰야 한다고 봤다. 다만 변동성 한도나 운용 규정상 부적절한 투자자에게는 0% 비중도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이 무조건 편입 대상이라는 뜻이 아니라, 투자위원회가 다른 자산과 함께 검토하는 정식 후보군 안으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상품의 확산도 비트코인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증권이다. 연준 연구진에 따르면 2025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50% 증가해 4월 6일 기준 3170억달러에 달했다. 연준은 토큰화 증권을 증권의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암호화폐 자산 형태로 구현돼, 소유권이 암호화폐 네트워크상에서 또는 이를 통해 기록되는 금융상품으로 정의했다.
![미국 401(k) 연금 투자 [사진: 셔터스톡]](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608/693086_640969_347.jpg)
퇴직연금 시장도 변수다. 미국 노동부는 3월 30일 401(k) 수탁자가 대체자산을 평가하는 방식을 다루는 규칙 개정안을 제안했다. 이 안은 연금 운용 책임자에게 절차 중심의 세이프하버를 제시하며, 9000만명 넘는 미국인의 퇴직연금 선택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어떤 대체자산을 실제 메뉴에 넣을지는 여전히 수탁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미국 투자회사협회(ICI)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말 기준 고용주 기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규모는 13조8000억달러였고, 이 중 401(k)가 9조9000억달러를 차지했다. 이 자산의 0.25%만 비트코인 관련 상품에 배정돼도 약 248억달러, 1%면 약 990억달러 규모다. 고용주 기반 확정기여형 전체에 1%를 적용하면 약 1380억달러로 커진다. 다만 수탁자는 상품 가용성, 수수료, 변동성, 투자 의무, 가입자 수요를 따져 노출 규모를 정하게 된다.
비트코인 강세 시나리오는 이런 접근성 확대가 실제 편입으로 이어질 때 성립한다. 자문 서비스 이용률이 42%를 넘어서고, 모델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 비중이 추가되며, 브로커리지 플랫폼이 더 많은 고객에게 이를 제공하는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
반대로 접근 경로만 늘고 실제 편입 비중이 정체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자산운용사는 변동성이나 고객 성향, 운용 규정 때문에 비트코인 비중을 작게 유지할 수 있고, 연금 수탁자는 대체자산 예산을 다른 자산에 배정할 수 있다.
그레이스케일은 이런 구도에서 재정적자와 블록체인 금융 확산, 젊은 투자자 비중 확대가 비트코인 채택을 넓히는 동력이라고 봤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26회계연도 연방 재정적자를 1조9000억달러로 전망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2026년 101%에서 2036년 120%로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흐름을 근거로 비트코인을 장기 포트폴리오에서 '대안 통화 자산'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비트코인 보유자는 암호화폐 이용자라는 정체성보다 기존 자산배분 결정의 일부로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 비트코인이 전통금융 전반에서 더 쉽게 살 수 있는 자산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 포트폴리오 비중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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