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 법안 1차 통과…코인 투자 환경 대전환 예고
러시아 의회가 암호화폐를 금융 시스템에 공식 편입하는 법안을 1차 통과시켰다. 이는 러시아가 디지털 자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며 글로벌 암호화폐 투자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번 법안은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전면 허용하기보다 중앙은행 통제 아래 제한적으로 제도화하려는 방향을 분명히 드러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법안을 추진하며 시장 개방과 통제를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21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는 ‘디지털 통화 및 디지털 권리’ 법안을 1차 심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암호화폐를 합법화하되, 시장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중앙은행에 집중시키는 구조를 담고 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암호화폐를 러시아 경제 내에서 제도권으로 편입하되, 시장 통제권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쥐도록 한 데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 브로커, 은행, 예치기관 등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자는 모두 중앙은행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단순 감독기관을 넘어 어떤 거래가 합법인지 판단하는 권한도 맡게 된다. 은행권에 대해서는 암호화폐 취급과 관련한 엄격한 요건을 마련하고, 비신용기관에는 특정 코인 거래를 금지할 수 있다. 사실상 중앙은행이 러시아 규제 시장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되는 구조다.
법안은 암호화폐를 재산으로 인정하면서도 결제 수단으로는 금지했다. 러시아 내에서는 루블화와 디지털 루블만 법정통화로 유지된다. 대신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의 제재 환경을 고려해 대외무역 결제 등 제한된 범위에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허용 범위에는 증권과 디지털 권리 이전 대금 지급, 업무 보수, 서비스 제공 대가, 정보와 지식재산 이전 관련 지급이 포함됐다.
개인 투자자에게도 합법적 투자 길이 열릴 전망이다. 법안이 올여름 시행되면 러시아 국민은 허가받은 중개업자를 통해 암호화폐를 매수할 수 있다. 다만 투자자는 ‘적격’과 ‘비적격’으로 나뉘며, 비적격 투자자는 사전 시험을 거쳐야 하고 연간 투자 한도도 적용된다. 중앙은행은 한도를 약 30만루블 수준으로 제안한 상태다.
초기 유통 대상도 엄격히 제한된다. 최근 2년 평균 시가총액 5조루블 이상, 일평균 거래량 1조루블 이상, 최소 5년 거래 이력 등을 충족해야 한다. 이 기준에 따라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BNB, 트론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최종 목록은 중앙은행이 결정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규제 강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초 법안을 검토한 국가두마 경쟁보호위원회는시장 참여자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하게 엄격한 규제가 법안의 목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다. 암호화폐 시장을 음지에서 끌어내겠다는 취지와 달리, 현 형태로 법이 통과되면 많은 개인과 기업이 회색지대에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더했다.
보호 장치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에는 암호화폐 보유분에 대한 사법적 보호 확대 요구가 제기됐으며, 비수탁형 지갑에도 동일한 보호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법 일정은 빠듯하다. 새 법안은 향후 몇 주 내 수정 과정을 거쳐 2차 심의에 들어가며, 2026년 7월 1일까지 최종 채택이 목표다. 이와 함께 불법 암호화폐 거래에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법 개정도 병행 추진되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최대 100만루블 벌금과 최장 7년 징역형이 포함된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강한 규제 틀 안에 묶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시장 개방과 통제 강화가 동시에 추진되는 가운데, 실제 제도 설계가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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