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디지털자산 진입 준비 완료, 그러나 규제 공백이 최대 걸림돌"
한국 금융감독원(FSA)이 17일 공식 성명을 통해 디지털 자산 시장 진입을 위한 모든 기술적·운영적 준비가 완료됐으나, 여전히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의 부재가 실제 진출을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이라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주요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자본 유입이 지연되면서 시장은 연내 최대 10%의 조정 가능성을 직면하고 있다.
17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CIS2026에서 국내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토론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상원 파인트리증권 싱가포르 법인장,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부사장, 강병하 메리츠 증권 상무, 강기범 하나증권 실장, 박준하 토스뱅크 최고기술책임자, 안인성 한화투자증권 부사장 [사진: 오상엽 기자]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국내 금융회사들이 디지털자산 시장을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보고 있지만 본격 진입을 위해서는 규제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장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17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CIS2026에서 기관 투자자들은 규제 공백과 수탁,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관리 체계를 디지털 자산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꼽았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부사장은 "디지털자산 시장은 이미 10여 년 넘게 성장했지만 국내에서는 투자 가능한 기초자산 범위와 시장 규칙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부사장은 또 "디지털자산 시장이 더 이상 개인들만을 시장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며 법인과 금융기관이 참여해야 시장이 보다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병하 메리츠증권 상무는 증권업계가 느끼는 장벽으로 규제 불확실성과 내부 조직 설득 문제를 들었다. 어떤 플레이어가 어떤 자산을 누구에게까지 제공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고 입법과 내부 통제 체계도 여전히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IT와 컴플라이언스 조직 내부에서 전통 금융 시스템과 탈중앙화 원장을 어떻게 접목할지, 소비자 보호 문제를 어떻게 풀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박준하 토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은행권 역시 규제의 빈 공간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느 주체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역할과 책임 구조가 먼저 정의돼야 기관 참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기술과 인프라 측면에서는 글로벌 사례가 이미 축적돼 있다고 평가했다. 규제만 정비되면 국내 금융사들도 빠르게 준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안인성 한화투자증권 부사장은 금융권이 지금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영역으로 토큰증권과 실물연계자산(Real World Asset, RWA)을 제시했다. 그는 이를 상품의 디지털화 과정으로 봐야 하며, 기존 사모상품과 부동산 상품이 가진 유동성 및 소액투자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기범 하나증권 디지털신사업실장은 조각투자 형태의 비정형 자산이 가장 빠르게 접근 가능한 분야라고 진단했다. 하나증권은 투자계약증권과 토큰증권 시장 개화에 대비해 실제 상품 구조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관 수요도 이미 상당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 부사장은 미국에서 디지털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커진 배경에는 기관투자자 수요가 있었다며 국내 기관들도 자산 배분 차원에서 디지털자산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제도상 막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과 장기 자산배분 관점에서도 디지털자산 편입 논의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 개방이 늦어질수록 국내 금융권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강 상무는 블록체인 거래는 비가역적이어서 사고 발생 시 되돌리기 어렵고 24시간 운영 환경에서 권한 위임과 비상 대응 체계 설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국경을 넘는 자금의 출처와 이동 경로를 검증해야 하는 새로운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 이슈가 생기는 만큼,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스테이블코인 확산도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부사장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와 가치 저장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도 더 늦기 전에 제도와 시장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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