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스테이블코인 결제’로 금융 게임의 판을 바꾼다…제도적 장벽은?
디지털 자산의 메인스트림 진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다국적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닌, 글로벌 자금 흐름의 구조를 뒤흔들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기존 시스템을 우회하는 실용적 해법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초월한 즉시 결제와 낮은 거래 비용이라는 명백한 장점으로 기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복잡한 중개 은행 네트워크와 며칠 걸리는清算 기간을 단 몇 초로 압축한다. 공급망 관리에서 대규모 B2B 거래에 이르기까지, 기업 재무의 효율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을 인정받는 중이다.
규제의 십자로에 선 도입
그러나 광범위한 채택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여전히 불명확한 규제 환경이다. 각국 금융당국은 자국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일본 FSA의 엄격한 가이드라인부터 미국의 입법적 진전 모색까지, 글로벌 기업들은 서로 다른 규제 프레임워크 사이에서 줄타기를 강요받고 있다. 이는 결국 '가장 유리한 규제 관할권을 찾는' 또 다른 기업 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어쩌면 이번에는 재무팀이 세무 컨설턴트 대신 블록체인 개발자를 고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표준을 향한 질주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추진력은 꺾이지 않고 있다. 주요 플레이어들은 사실상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 인프라 구축과 전략적 제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한 결제 도구가 아니라, 미래 디지털 경제의 핵심 청사진을 구축하는 것이다. 당신의 다음 급여나 공급업체에 대한 지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루어질 날이 생각보다 가까울지도 모른다. 물론, 규제 기관이 허락한다면 말이다.
스테이블코인이 B2B 결제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제도적 장벽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사진: Reve AI]
[디지털투데이 이윤서 기자] 기업간거래(B2B) 결제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지만, 전면적인 확산을 가로막는 장벽도 존재한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서,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비인크립토는 국제결제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스테이블코인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제도적 장벽이 여전히 크다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소매 국경 간 결제의 약 3분의 1은 처리에 하루 이상이 걸렸고, 글로벌 결제 수수료도 3%를 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G20은 2027년까지 국경 간 도매 결제의 75%를 1시간 내 처리하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시장에서는 현실적인 달성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프로그래머블 머니'로서 결제·정산 구조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먼 우딩 기업 스크립트(SCRYPT) 최고경영자(CEO)는 "탈중앙화(DeFi) 수익률은 전통 금융과 구조적으로 다르며,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가격 변동에 직접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분산과 수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맥킨지에 따르면 2025년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35조달러에 달했으며, 비자(Visa) 분석에서도 최근 12개월 동안 10조2000억달러 규모의 조정 거래량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글로벌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도 적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스테이블코인이 유동성 위험을 내포할 수 있다며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결제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네트워크 간 비호환성 문제로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은 MiCA 규정을 통해 전자화폐 토큰의 발행·상환 기준을 마련했고, 금융안정위원회(FSB)도 글로벌 감독과 리스크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페멕스(Phemex) 최고경영자(CEO) 페데리코 바리올라는 "젊은 세대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SWIFT 시스템보다 선호한다"며 "전통 은행 시스템보다 빠르고 간편하고, 규제가 명확해질수록 확산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본격 도입하려면 유동성 확보와 규제 준수, 발행사 신뢰 등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국경 간 결제의 '속도·비용' 문제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만큼, 제도권 정비가 진행될수록 B2B 영역에서 활용이 빠르게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확산 속도는 규제 명확화와 함께 유동성 풀 확대, 발행사 리스크 관리, 상호운용성 표준 마련 등 인프라 구축이 얼마나 따라오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업계는 당분간 일부 국가·산업을 중심으로 시범 적용이 늘어난 뒤, 규제와 표준이 정착하는 구간에서 본격적인 대중화 국면이 열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