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원들, 외국 개입 우려 속 암호화폐 정치 후원금 ’전면 금지’ 요구
런던—영국 의회가 암호화폐의 정치적 영향력에 제동을 걸려 한다. 외국 정부의 은밀한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의원들이 디지털 자산 정치 후원금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라는 요구를 공식화했다.
투명성의 블랙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 거래는 기본적으로 익명성에 가깝다. 블록체인 원장은 모든 흐름을 기록하지만, '0x3f5...' 같은 지갑 주소 뒤에 실제 후원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건 현행 감시 시스템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공백이 외국 행위자들에게 매력적인 백도어가 될 수 있다는 게 하원 보안위원회의 지적이다.
규제 당국의 발목 잡기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SA)은 이미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강화했지만, 정치 자금의 실시간 추적에는 한계를 인정했다. "블록체인 분석 툴은 있지만, 선거 기간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자금 흐름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사후 감지가 주를 이루면서, 이미 사용된 자금을 되돌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글로벌 추세와의 괴리
미국에서는 암호화폐 정치 후원이 연방선거위원회(FEC)의 승인 하에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반면 영국의 이번 움직임은 훨씬 더 근본적인 접근이다. 일각에서는 이 조치가 혁신을 저해하는 과잉 규제일 수 있다고 비판한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채 두려움에 기반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디지털 민주주의의 교차로
이 논쟁은 단순한 자금 규제를 넘어, 디지털 시대의 정치 체계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암호화폐가 제공할 수 있는 소액 후원의 민주화 잠재력과, 동시에 도사리고 있는 체계적 위협 사이에서 영국 의회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한 시사평론가는 빈정거리며 이렇게 덧붙였다. "정치인들이 '투명한 금융'을 외칠 때면, 늘 그렇듯 그 투명성은 다른 사람의 지갑에만 적용되는 법이지."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웨스트민스터의 복도에서는 이미 다음 선거가 블록체인 위에서 치러질지, 아니면 완전히 차단될지에 대한 격론이 오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영국 노동당 의원들이 외국 개입을 이유로 암호화폐 정치 후원금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리암 번(Liam Byrne), 에밀리 손베리(Emily Thornberry), 맷 웨스턴(Matt Western) 등 7명 의원들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암호화폐 후원금이 정치적 투명성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암호화폐가 추적이 어렵고 외국 세력의 개입에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 선거법 개정안에 암호화폐 후원금 금지 조항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이 서한은 2022년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정보 보고서를 인용하며,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이용해 전 세계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암호화폐 후원금이 허용되지만, 기존 후원금과 동일한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리암 번 의원이 암호화폐 정치 후원금 금지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7월 가디언 기고문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으며, 이번 서한을 통해 다시 한번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