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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랠리 실종? 가상자산 유동성 경고등 켜졌다...국채로 쏠리는 자금

산타랠리 실종? 가상자산 유동성 경고등 켜졌다...국채로 쏠리는 자금

Published:
2025-12-25 08: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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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랠리는 어디로 갔나. 연말 연초를 장식하던 디지털 자산 시장의 전통적인 랠리가 올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시장의 돈줄이 마르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안전자산인 국채로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유동성 경고등 점멸

거래소 유입 자금이 뚝 끊겼다. 주요 플랫폼들의 일일 순유입액이 급감했고, 이는 시장 전체의 구매력 저하로 직결된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알트코인들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위험 자산에 대한 식욕이 사라지면 제일 먼저 내던져지는 게 바로 그들이니까.

국채, 새로운 '핫' 자산

반면 국채 시장은 뜨겁다. 변동성이 낮고 이자를 보장하는 안전 포트가 불확실성이 가득한 크립토 월드보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시대다. 금융당국(FSA)의 규제 압박이 거세지고 글로벌 금리 환경이 불안정해지자, 자금은 당연한 선택을 했다. 결국,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보다 확실한 3% 수익률이 낫다는 계산—전형적인 '비행 투자(flight to quality)'다.

산타가 선물 가방을 들고 오지 않는 이유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계절적 요인에 움직이지 않는다. 매크로 경제 지표, 중앙은행의 발언, 그리고 규제의 그림자가 훨씬 더 무거운 영향력을 행사한다. 투자자들은 이제 산타보다 연준(Fed)의 다음 발걸음을 더 주시한다. 한 트레이더는 "산타랠리? 그건 옛날 동화일 뿐이야. 지금은 현실을 마주할 때"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감정보다 데이터에, 이야기보다 실적에 반응하는 법이다—아니면 적어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산타랠리와 베센트 [사진: 제미나이]

산타랠리와 베센트 [사진: 제미나이]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가상자산 시장에 전통적인 '산타랠리'(연말 상승장)가 실종됐다. 대신 깊은 조정에 빠졌다. 비트코인은 지난 10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약 12만6000달러) 대비 30% 가까이 하락하며 8만8000달러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취임 이후 가속화된 단기국채(T-빌) 중심의 현금 관리 전략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며 상승 동력을 앗아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비트코인(BTC)은 오전 11시 기준 8만7535달러(약 1억2840만원)를 기록하고 있다. 11월 고점 대비 약 30% 밀려난 수치다.

국내 시장에서의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이날 오전 8시경 국내 거래소에서 1억3450만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불과 3시간 만인 오전 11시 1억2840만원선까지 밀려났다. 아시아 시장 개장과 함께 단기 차익 매물이 쏟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주요 알트코인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시간 바이낸스에서 이더리움(ETH)은 2962달러 선에 거래되며 심리적 지지선인 3000달러가 무너졌다. 솔라나(SOL)와 엑스알피(XRP)는 각각 123달러와 1.87달러를 기록하며 전반적인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24일 암호화폐 공포탐욕지수는 27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 코인마켓캡 갈무리]

24일 암호화폐 공포탐욕지수는 27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 코인마켓캡 갈무리]

시장 심리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공포·탐욕 지수는 미 대선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7점(공포)을 기록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 이후 이어졌던 낙관론이 사라지고, 사실상 올해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소멸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12월 평균 4.8%의 상승을 기록한 과거 데이터와 비교해 봐도 이례적인 약세다. 가상자산 통계 플랫폼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12월 수익률은 2017년 38.8%, 2020년 46.9%, 2023년 12.1% 등을 기록하며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가상자산 조사기관 매트릭스포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재 변동성이 급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올해 안에 추가적인 돌파가 일어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연말 유동성 부족이 가격 정체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산타랠리 실종의 가장 큰 배후로는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의 국채 운용 기조가 꼽힌다. 베센트 장관은 취임 이후 부채 관리 효율화를 위해 장기채보다는 재정증권인 T-빌 발행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실제로 미 재무부는 전체 국가 부채에서 T-빌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 20% 수준에서 최대 25%까지 상향 조정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시장의 단기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지난달 재무부 시장 컨퍼런스에서 베선트 장관은 "현재 약 3000억달러 규모인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향후 10년 내 3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들이 T-빌의 강력한 수요처가 돼 정부의 차입 비용을 낮추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오른쪽 두번째) [사진: 연합뉴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오른쪽 두번째) [사진: 연합뉴스]

실제 12월 중순 미 재무부의 대규모 국채 입찰이 진행될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약세를 보였다. 국채 입찰 집중 주간인 12월 15~18일 재무부는 13주물(860억달러), 26주물(770억달러), 52주물(500억달러) 등 2130억달러(약 28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T-빌 입찰을 진행했다. 이 기간 비트코인은 심리적 지지선이던 9만달러 선을 내주며 8만8000달러까지 후퇴했다. 시중 유동성이 재무부 계좌(TGA)로 흡수되며 위험자산으로 흘러갈 자금이 마른 탓이다.

유명 거시경제 분석가 노엘 애치슨은 최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베센트 장관은 지난 12월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서한을 통해 규제 완화와 혁신을 시사하면서도, 동시에 경제 안보를 위한 재정 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며 "재무부가 국채 수익률 관리를 위해 스테이블코인 자금을 국채 시장으로 유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서 폭발적인 유동성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연초 미국 대선 이후 이어졌던 친 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시장에 선반영됐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전략 비축고 설치 등 파격적인 공약들이 실제 입법 단계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가고, 재무부가 규제 완화보다는 부채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실망 매물이 출회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신시아 루미스 의원이 발의한 '비트코인 전략 비축법'(BITCOIN Act of 2025)은 지난 3월 상원 은행위원회에 회부된 후 9개월째 청문회도 열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보다 '고관세 정책'을 국정 우선순위에 두면서 시장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신시아 루미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사진: 위키미디어]

신시아 루미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사진: 위키미디어]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보고서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관세 중심의 무역 전쟁이 시장의 위험 선호 심리를 억눌렀다"며 "정책적 불확실성이 비트코인의 26% 하락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비축기업 스트래티지(Strategy Inc.) 역시 최근 연말 가격 가이던스를 기존 15만달러에서 8만5000달러~11만달러 선으로 하향 조정하며, 대폭 낮아진 시장 눈높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 미 재무부 일반계좌(TGA)의 현금 방출 여부와 연준의 유동성 제고 조치가 가상자산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서 헤이즈 비트맥스 공동창업자는 "재무부가 목표로 했던 85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축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내년 초 재무부가 쌓아둔 현금을 방출하기 시작하면 시장의 순유동성이 반등하며 다시 한번 강세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적으로는 8만5000달러 선 방어가 관건이다. 매트릭스포트는 "이 구간은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평단가가 밀집된 심리적 저지선"이라며 "해당 라인이 무너질 경우 하방 압력이 거세질 수 있으나, 유동성 공급 채널이 회복되는 내년 1분기가 진정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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