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블록체인 정책의 진화: 차기 정부가 마주할 디지털 자산의 도전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의 블록체인 정책은 전환점을 맞았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암호화폐 산업의 미래가 정부 정책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현 정부의 규제 중심 접근법과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거래소 규제, ICO 전면 금지, DeFi에 대한 입장 차이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명분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는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블록체인 업계는 기회의 땅에서 발이 묶인 채 다음 정부의 정책 변화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의 무지와 관료들의 두려움이 이 법안을 지연시키고 있다 - 어디서 많이 본 패턴 아닌가?
대한민국의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2025년 6월 3일로 다가오며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블록체인 정책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2024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된 가운데,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필수 기술로 주목받는다. 과거 초고속 인터넷망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ICT 강국이 된 경험은, 지금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에 나설 당위성을 웅변한다.
2022년 루나 사태 이후 특금법만 강화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본질적 제도 설계 없이 처벌 조항만 늘어난 셈이 됐다. 그 사이 스타트업들은 싱가포르와 두바이로 이동해 법인을 세웠고, 실제로 국내 1세대 블록체인 기업이었던 코드박스와 테라폼랩스 개발 인력이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갔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지난해 아부다비에 합작 거래소를 열었고 빗썸도 홍콩 오픈시 마켓에 투자하면서 “한국어 서비스지만 본사는 외국”이라는 역설적 상황이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 역시 NFT와 P2E 게임을 해외에서 먼저 출시한다. 위메이드는 중국 서버를 활용해 ‘미르4 글로벌’로 수익을 올린 뒤에야 국내 규제를 우회해 토큰 이코노미를 실험했고, 카카오는 일본 소재 계열사 GroundX를 통해 Klaytn 메인넷을 운영한다. 정책이 뒤따르지 못하자 혁신은 국경 밖에서 실험되고, 부가가치는 역외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이 공백을 메울 첫 번째 열쇠다. 우선 이용자 보호 조항과 함께 거래소·커스터디·발행사의 라이선스 체계를 명확히 하면, 대규모 자본을 가진 기관투자가가 참여할 최소한의 신뢰 인프라가 갖춰진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100% 예치와 자산·부채 분리 보관 의무를 명문화하면 2022년 루나 붕괴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혁신 측면에서는 제한적 샌드박스를 넘어, 영국 FCA가 도입한 ‘스몰뱅크 라이선스’처럼 일정 조건을 충족한 스타트업에게 지분 토큰 발행, NFT 담보 대출, 탈중앙거래소(DEX) 테스트를 허용하는 트랙을 만들 수 있다. 이미 부산시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서 디지털 바우처, 중고차 이력관리, 수산물 이력 추적을 시범 운영하며 전국 확산 가능성을 입증했다.
대한민국이 1990년대 초고속 통신망 구축으로 ICT 강국이 된 과정은 좋은 벤치마크다. 당시 정부는 한국정보통신기반(KII) 사업으로 전국에 광케이블을 깔고, 가정용 ADSL을 보급했다. 추가로 PC방 문화와 온라인 게임 산업을 촉진할 ‘정보통신촉진기금’을 조성했다.
이 세 축이 맞물려 삼성·LG가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한류 콘텐츠가 스트리밍 플랫폼을 타고 세계로 확산됐다. 디지털자산 분야에서도 동일한 삼각 엔진이 필요하다. 정부 주도의 명확한 법과 인프라, 민간의 대담한 투자, 혁신기업의 실험 공간이 동시에 굴러가야 한다.
블록체인 기반 탄소배출권 거래, 디지털 아이덴티티(DID), 국경 없는 송금 서비스가 고도화되면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그 출발점이자, 인터넷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쓰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한국은행은 2025년 4월 1일 10만 명 소비자와 7개 시중은행이 참여한 CBDC 1차 실증을 시작했다. 오프라인 결제와 QR 기반 소액 결제까지 포함한 이번 시험은 카드 결제 대비 최대 40bp 수수료 절감, 평균 정산 시간 T+0.2초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끌어냈다. 7월부터 이어질 2단계는 지방자치단체 복지 바우처, 탄소포인트, 교통 마일리지 등 각종 디지털 쿠폰을 CBDC로 바로 지급·정산하는 형태로 설계돼 있다.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현행 지자체 지역화폐 시스템보다 연간 2천억 원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건은 개방형 아키텍처다. 차기 정부가 민간 지갑,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하나의 API로 묶인 핀테크 애플리케이션과 연동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가 한국형 CBDC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만약 은행·증권·카드사가 사전 검증된 스마트 계약 모듈을 올려 ‘지급결제형 디파이’ 서비스를 구현하도록 허용한다면, 국내 핀테크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토큰화 결제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1990년대 초고속 인터넷망을 국내 기업들이 전 세계 네트워크 장비와 콘텐츠 시장으로 확장한 경험과 흡사하다.
한국은 벌써 싱가포르 MAS와 저비용 소액 송금 공동 파일럿을 논의 중이며, 아세안 중앙은행 협의체에서는 프로젝트 한강의 다국 통화 결제 모듈을 테스트넷으로 제공하자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은 위·변조 방지와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충족하는 ‘영지식 증명 기반 월렛 SDK’를 자체 개발해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선행적 대응이 실현되면 한국은 2020년대에 디스플레이·배터리에 이어 CBDC 핵심 기술 수출국이라는 또 하나의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다.
나아가 CBDC가 IoT 소액 정산, 무역금융 자동화, 국경 간 실시간 증권 결제까지 확장되면 연평균 18조 원 규모의 금융 인프라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인터넷망이 국민 생활 전반을 바꾼 것처럼, 디지털 화폐 인프라는 금융 혁신의 기폭제가 될 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차세대 수출 동력이 될 잠재력을 지닌다. 대한민국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CBDC 기술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민관협력과 과감한 규제 혁신에 나설 결단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5월 8일 자본시장법·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아 비상장 주식과 조각투자 플랫폼의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전자증권법 개정이 마무리되면 2026년부터 공모 STO 발행이 가능하다. 이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자금 조달의 지형을 바꿔 자본시장 효율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EU의 MiCA는 발행·상장·라이선스를 단일 규제로 묶어 시장 신뢰를 높였고, 싱가포르의 Project Guardian은 은행과 운용사를 연결해 자산 토큰화 네트워크를 상업화했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사례를 넘어 규제까지 수출하려면, 디지털자산 기본법·CBDC·STO를 동시에 추진하는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
1.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자본시장법 동시 처리
2. CBDC 2단계 결과 공개와 민간 연동 확대
3. 스테이블코인 인가제와 현물 ETF 로드맵 확정
4. 블록체인 게임·NFT 가이드라인 개정
1990년대 인터넷 인프라 구축이 대한민국을 ICT 강국으로 이끌었다면, 2025년은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통해 디지털 경제의 선도국으로 도약할 기회다. 6월 3일 유권자는 대통령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다가올 디지털 질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기회를 선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