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Lighter), TVL 3억달러 돌파…거래량도 가파른 상승세
디파이 생태계가 또 하나의 중대 기록을 세웠다—라이터 프로토콜이 총예치액(TVL) 3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속화되는 성장 곡선
BNB 체인 기반의 이 프로토콜은 단기간에 폭발적인 거래량 증가를 기록하며 ATH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유동성 공급자들은 기존 중앙화 거래소의 복잡한 수수료 구조를 우회하며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이 플랫폼으로 몰려들고 있다.
시장의 신호탄
이 같은 급성장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디파이 부문이 기관들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물론 전통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디지털 골드러시'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지만, 그들도 이제 더 이상 무시만은 못 할 태세다.
과열된 열기 속에서도 한 가지는 명확하다: 진정한 혁신은 결국 시장을 재편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몇몇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수수료 구조를 변호하느라 바쁘겠지만.
햄버거빵, 베이컨, 소시지까지 모두 손으로 손수 만들고 있다는 내용의 수퍼슬라이더스의 입간판. (사진=권은중 기자)
그런데 내가 일했던 이 빵집에서는 사워도우 스타터를 이용해 햄버거 번을 만들어 가장 싼 메뉴가 햄버거 한 개에 3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고든램지버거에 납품하고 있었다(다른 방식으로 만든 번을 또 다른 고급 레스토랑인 구찌 오스테리아에도 납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살면서 별로 관심이 없었던 햄버거 번에 눈을 뜨게 됐다. 2022년 봄부터 일을 했는데 그때 햄버거 번 하나의 납품 가격이 무려 1000원쯤 했던 것 같다. 일반 햄버거집에서 사용하는 번보다 몇배나 비쌌다. 가격뿐 아니라 맛도 두께도 질감도 달랐다. 말이 햄버거 번이지 브리오슈(계란과 버터를 넣고 만든 프랑스빵)와 사워도우 중간에 있는 독특한 빵이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미국의 많은 햄버거 브랜드는 자기만의 개성 넘치는 번을 가지고 있었다. 아삭한 식감을 내기 위해 감자전분을 많이 쓰거나 소고기 패티의 지방(보통 햄버거 패티의 지방이 30%인데 고급 버거일수록 패티의 지방을 줄이려고 한다)을 줄이고 대신 버터량을 늘린 빵을 쓰는 햄버거 브랜드도 있었다. 그래서 햄버거가 쉬운 음식이 아니라 매우 치밀하게 기획된 상업적 음식이라는 걸 알게 됐다.
직접 햄버거번을 만들기 전까지 나는 햄버거를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코카콜라와 함께 공장에서 나온 냉동재료를 튀기거나 구워 만들어놓으면 고객이 5분 안에 우격다짐으로 먹어 치우는 빈곤한 철학의 음식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음식문화를 맥도날드화시키는 미국 음식인 햄버거를 음식은 정성과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좋아하기란 만무했다. 심지어 내가 공부했던 이탈리아 피에몬테는 이런 맥도날드에 반대해 ‘슬로우 푸드 운동’을 만든 곳이기도 했다(거기서 나는 슬로우 버거를 즐겨 먹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햄버거 번을 만들다보니 국내에 들어온 유명하다는 햄버거를 죄다 먹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지나친 연구열이었다. 물론 나는 다진 고기로 만드는 햄버거 패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기가 얼마나 별로면 다져서 먹겠느냐는 게 내가 가진 의문이었다. 고기를 오븐에 넣고 구운 로스트 비프나 얇게 저민 스테이크를 넣은 필리델피아식 햄버거를 좋아하지만 그런 버거는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거의 접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버거에는 시판하는 달고 짠 소스와 함께 먹으면 안된다. 스테이크를 구워서 그냥 케첩과 설탕을 뿌려먹을 수는 없지 않나? 거기에 빵도 달라야 한다. 무거워야 한다. 그래야 오븐에 구운 고기의 중후함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육개장 국물에 얇은 소면을 넣어서 먹지 않는 것과 똑같다. 그래서 좋은 고기를 쓴 그런 버거집이 있다고 가서 먹어보면 고기도, 소스도, 빵도 제각각이었다. 맛의 균형이 없었다. 그게 불과 4~5년전까지 한국 버거의 현실이었다.
이렇게 햄버거에 까다로운 내가 수퍼슬라이더스라는 대학가의 식당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 집이 번을 매일 아침 만든다는 것이었다. 번 만들기의 수고로움을 아는 나에게 이 집이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번이 궁금했다.
가서 보니 번뿐 아니라 소스도 베이컨도 직접 만들고 있었다. 수고롭기가 거의 한 개에 3만원 하는 고든램지 햄버거급이었다. 번 만들기도 꽤나 힘든 일인데 패티에 소스에 베이컨까지 만든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가서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인 ‘원초적본능2’를 시켰다. 원초적본능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채소 따위는 없는 오로지 고기 중심의 버거기 때문이다. 여기에 패티도 치즈도 베이컨도 2배가 들어있는 게 원초적본능2다. 이런 무거운 버거를 시킨 것은 빵과 패티의 조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깨가 사정없이 뿌려진 번(이 집에서는 이 번을 수제 깨번이라고 불렀다, 또 다른 번으로 밀크 수제번도 있다)은 맛있었다. 사각사각한 식감이 재미있었다. 아마 감자 전분의 함량이 높은 것 같았다. 그냥 평범함 햄버거 번은 아니었다. 중간 정도 질감의 번이었다.
패티는 불맛이 많이 입혀졌다. 고기가 씹혔다. 곱게 간 고기와 거칠게 간 고기를 섞는 것 같았다. 베이컨은 훈연향이 진했다. 자가 훈연이다보니 조금 세게 훈연한 것 같았다. 불맛 입은 패티와 잘 어울렸다. 패티와 베이컨이 강해 빵의 질감이 약간 밀렸다. 하지만 이런 치우쳐진 균형이 와인을 강하게 당겼다. 이곳은 맥주도 판매하고 있었지만 같이 간 친구가 술을 마시지 않아서 맥주는 마시지는 않았다. 콜라 따위로는 씻을 수 없는 육중한 존재감이었다.
사각거리는 빵의 식감과 강렬한 패티의 불맛이 그리워 며칠 뒤 다시 수퍼슬라이더스를 찾아 갔다. 이번에는 채소와 토마토를 넣어 균형감을 살린 ‘모던타임즈’를 주문해봤다. 모든 게 조화로운 내가 알고 있는 햄버거의 전형이었다. 그래서 모던타임즈인가. 소스가 수제라서 들쩍지근하지 않아서 좋았다. 패스트푸드점처럼 소수가 과하지 않고 담백했다. 위스키 잭다니엘로 만드는 소스를 썼다고 했는데 위스키향이 잘 느껴지지는 않은 점은 아쉬웠다. 원초적본능2처럼 자기 주장이 확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깔끔한 맛이었다. 원초적본능2가 워낙 강렬했던 탓일 수도 있다.
수퍼슬라이더스에는 큰 버거의 절반만한 미니버거인 슬라이더도 있다. 미니버거를 슬라이더(Slider)라고 부르는 것은 크기가 작아서 입에 미끄러지듯이 먹을 수 있다는 미국식 표현이다. 이 집의 슬라이더스에서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니 버거가 있었는데 부바검프 쉬림프였다. 부바 검프는 영화 의 주인공이 설립한 새우 기업의 이름이다. 구운 통새우살에 레몬크림소스를 얹어준다. 차분하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던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처럼 밸런스가 잘 맞았다. ‘원초적본능2’에 견주면 작고 가녀린 맛이었다. 원초적본능2는 정말 얼음송곳처럼 내 미각을 파고들었나보다.
슬라이더말고 큰 새우 버거도 있는데 이름이 ‘아임유어파더’다. 이 버거는 구운 새우뿐 아니라 소고기 패티를 넣어준다. 새우와 소고기가 한 번 아래 있어 마치 출생의 비밀을 연상케한다고 해서 이름이 아임유어파더인 것 같았다. 바다와 육지가 만난 만큼 메뉴 가운데 가장 고가였다. 함께 갔던 후배는 내가 “원초적 본능을 너무 무섭게 설명했다”며 이 버거를 골랐는데 무척 맛이 있었다고 말했다. 새우도 소고기도 아니라서 시키지 않았는데 못내 궁금한 메뉴이긴 했다. 소고기에 새우까지 품은 햄버거이니 샴페인이나 오크숙성을 한 무거운 샤르도네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앰유어파더’ ‘원초적본능’처럼 이 집의 메뉴명이 독특하다. 놀라운 창의력이다. 매운 걸 먹지 못하는 내가 평생 시킬 일이 없지만 맛이 궁금한 버거가 ‘매드맥스 칠리’다. 매운 소고기 버거라는데 얼마나 매울까 하는 상상해 본다. 언젠가 먹어보고 싶은 메뉴다. 닭고기를 튀겨서 만든 ‘버드맨’의 맛도 궁금하다.
매번 햄버거를 먹고 이 집을 나오면서 매일 번을 굽고 패티를 만드는 힘들고 수고로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 젊은 셰프를 칭찬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건강하게 셰프로서 자신의 꿈을 잘 이루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짠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 3년 전 새벽같이 일어나 빵을 만들러 나갔던 나의 고단한 여름날이 떠오르는 까닭일 것이다. 이처럼 수퍼슬라이더스의 햄버거처럼 열심히 만든 음식은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진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사장님 힘내세요”라는 말이 저절로 되뇌어진다.
* 권은중 전문기자는 기자로 20여 년 일하다 50세에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의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ICIF)’에 유학을 다녀왔다. 귀국 후 경향신문과 연합뉴스 등에 음식과 와인 칼럼을 써왔고, 관련 강연을 해왔다. 『와인은 참치 마요』, 『파스타에서 이탈리아를 맛보다』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