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점유율 급락... 알트코인 대홍수 시작됐다?
스테이블코인 왕좌 흔들리다—테더(Tether)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알트코인으로의 자금 이동 신호탄이 됐다.
암호화폐 시장의 '안전한 피난처'로 불리던 USDT가 위태로워지자,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노리고 알트코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조정인가, 아니면 대규모 자금 이동의 시작인가?
금융 전문가들은 "테더의 불안정성이 결국 알트코인 시장의 부양제가 될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누군가에게는 기회다—특히 수수료를 챙기는 거래소들에게는.
서울시 종로구 원서동 프렌치 레스토랑 르 꼬숑에서 함께 한 루이 자도의 쥬베르 샹베르텡과 프렌치 양파 수프. (사진=권은중 기자)
[블록미디어 권은중 전문기자] 레드와인은 마물(魔物)이다. 가격이 높다고 기대한 맛이 나지 않는다. 또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발현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코르크를 따고도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다음날쯤에 맛있어지는 와인도 있다. “나에게 너의 정성을 보여봐”라고 도도하게 명령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정성을 기울인다고 무조건 맛으로 보답하지도 않는다.
요리도 그렇다. 비싼 재료로 몇 시간을 투자했는데도 맛이 나지 않는 음식이 있다. 밑간에, 양념에, 조리에 한나절 이상의 시간과 정성을 투자했는데 맛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서양식 고기 요리가 주로 그렇다. 오븐을 쓰다보니 익힘의 정도와 육즙을 끌어내기가 까다롭다.
그런 점에서 루이 자도(Louis JaDOT) 쥬브레 샹베르땡(Gevrey-Chambertin)은 여러모로 탁월한 부르고뉴 레드 와인이다. 이 와인을 뚜껑을 따자마자부터 피노 누아 특유의 딸기와 같은 베리향과 제비꽃향기가 넘실댄다. 금세 피어나는 아로마와 부드러운 목넘김, 그리고 짙은 여운까지. 파워풀하면서도 우아하다. 10만원대 초반의 높지 않은 등급(빌라쥬급)의 부르고뉴 와인인 점을 감안하면 뛰어난 가성비다.

루이 자도의 이 와인이 빌라쥬급의 와인인데도 맛이 있는 까닭은 포도 밭에 있는 쥬브레 샹베르텡 지역 덕이 크다. 쥬브레 샹베르텡은 프랑스 와인의 성지인 부르고뉴의 핵심인 꼬드 드 뉘(Côte de Nuits)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특히 쥬브레 샹베르텡 마을은 ‘로마네 꽁띠’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생산하는 본 로마네와 함께 가장 많은 최고 등급인 그랑 크뤼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본 로마네가 6개의 그랑 크뤼를 가지고 있는데 견줘, 쥬브레 샹베르텡은 무려 9개의 그랑 크뤼가 있다. 이 지역은 그랑 크뤼 다음 등급인 프리미에 크뤼도 26개나 된다(본 로마네는 14개다). 그래서 이 지역은 ‘부르고뉴 와인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건하며 장기 숙성에 적합한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루이 자도의 쥬브레 샹베르텡이 빌라쥬급(총 4단계 가운데 3번째 등급으로 비교적 낮은 등급이다)의 와인이지만 이런 지역적 특성 덕에 멋진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와인과 함께 한 음식은 다소 소박해 보이는 프렌치 양파 수프였다. 양파는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를 짓던 인부들이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서민들의 식재료다. 그런데 백합과 식물인 양파는 조리 과정에서 황성분이 변성되면서 달콤한 맛과 향이 난다. 양파 수프는 이런 성분적 특징을 영리하게 이용한 레시피다. 양파를 오래 볶아 카라멜라이징시킨 뒤에 소고기 육수를 부어 깊은 맛을 이끌어낸다. 여기에 프랑스의 경성치즈인 그뤼에르 치즈를 얹어 구운 바케트를 담궈 내놓는다. 맛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충만한 수프다. 수프인데 수프가 아닌 요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면에서 프렌치 양파 수프는 요리계의 마물이다.
이렇게 양파 수프를 고급화한 인물은 프랑스의 루이15세였다는 설이 있다. 사냥을 다녀온 왕의 요기를 위해 주방장이 만든 요리라는 것이다. 왕이 등장할 만큼 이 수프는 수프계의 에르메스급이다. 일단 양파를 볶는데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양파가 카라멜라이징되는 데는 상당한 집중이 필요한 탓이다. 실제로 요리해보면 양파를 타지 않게 볶는데만 최소 40분 이상이 소요된다.
이뿐이 아니다. 수프를 위해 소고기 육수도 잘 뽑아 한다. 거기다 수프 위에 올라가는 빵과 치즈도 맛나야 한다. 그래서 밖에서 제대로 맛있는 양파수프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쉬워보여도 쉽지 않은 요리다. 그래서 이 메뉴는 프랑스인들에게는 어머니 손맛이 담긴 요리로 꼽힌다. 서민요리에서 왕실요리로 뛰어오른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나도 프랑스식 양파 수프를 자주 만든다. 특히 환절기에 좋다. 양파가 원기를 북돋아주기 때문이다. 아침에도 좋지만 저녁에 먹어도 끼니가 될 정도로 실하다. 게다가 맛과 향이 눅진해 레드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그뤼에르 치즈가 가진 독특하고 쿰쿰한 풍미를 레드 와인이 완벽하게 잡아주기 때문이다. 향과 바디감이 뛰어난 루이 자도 쥬브레 샹베르텡과의 조화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프랑스식 양파 수프는 꼭 고기요리가 아니어도 피노 누아의 특성을 잘 살려주는 탄탄한 음식이다.
* 권은중 전문기자는 기자로 20여 년 일하다 50세에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의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ICIF)’에 유학을 다녀왔다. 귀국 후 경향신문과 연합뉴스 등에 음식과 와인 칼럼을 써왔고, 관련 강연을 해왔다. 『와인은 참치 마요』, 『파스타에서 이탈리아를 맛보다』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