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거래량의 90%를 장악한 상위 5% 지갑...집중화의 역설인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상위 5% 지갑이 전체 거래량의 90%를 차지한다는 충격적인 데이터가 공개됐다. 이는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블록체인의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내는 동시에, 시장의 주도권이 소수 '고래'들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대 자본의 시장 장악 현상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유동성 공급자(LP)부터 기관 투자자까지, 이들의 움직임 하나가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구조다.
전통 금융계의 '상위 1%가 99%를 지배한다'는 공식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탈중앙화를 외치며 만든 시스템에서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월스트리트의 오래된 놀이법칙이 메타버스에 진출한 셈이다.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이더리움·솔라나·아비트럼·앱토스·베이스 등 24개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 거래 활동 대부분은 높은 활동을 보이는 5% 이하 지갑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디파이언트가 블록체인 분석기업 플립사이드(Flipside) 보고서를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플립사이드는 4억 개 이상 온체인 주소를 분석하고, 최근 90일간 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갑을 0~15점 범위 ‘참여 점수’로 분류했다. 대다수 지갑은 0~3점 사이 ‘저활동’으로 분류됐으며, 8점 이상을 기록한 ‘고품질 사용자’는 전체 몇 %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들 지갑이 대부분 자산 전송을 주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점수가 높을수록 전송량도 증가하는 경향이 모든 체인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4~7점 중간 점수 사용자 역시 저점수 그룹보다 훨씬 많은 거래량을 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단순히 사용자 수 증가보다,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활동을 유도하는 전략이 디파이 생태계에서 핵심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디파이언트는 전했다.
플립사이드는 “단순 트래픽보다는 실제로 거래하고, 네트워크에 기여하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설계하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