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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암호화폐법 대통령 거부권 발동, 현지 업계 ’해외 이탈’ 경고…규제 불확실성에 시장 긴장

폴란드 암호화폐법 대통령 거부권 발동, 현지 업계 ’해외 이탈’ 경고…규제 불확실성에 시장 긴장

Published:
2026-04-22 14:19:41

폴란드 대통령이 암호화폐 규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디지털 자산 업계에 충격파를 전달했다. 현지 암호화폐 기업들은 즉각적인 해외 이전을 검토 중이며, 이번 결정이 동유럽 블록체인 허브로서의 국가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치적 변수가 단기적으로 폴란드 내 암호화폐 시장에 10% 이상의 조정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규제 불확실성이 장기 투자 유입을 저해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폴란드가 암호화폐 규제법 진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이윤서 기자] 폴란드가 유럽연합(EU) 암호화폐 규제 체계인 MiCA 이행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현지 암호화폐 기업들의 해외 이전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폴란드 의회는 대통령 거부권을 다시 뒤집지 못했고, 이로써 폴란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MiCA를 아직 국내법에 반영하지 못한 마지막 국가로 남게 됐다.

쟁점은 지난해 11월 의회를 통과한 암호화폐 자산시장법이다. 이 법은 폴란드 법체계를 MiCA에 맞추기 위한 내용이지만,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과도한 규제는 소규모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반대로 법안 지지 측은 제도 공백이 지속되면 사기와 불법 행위에 시장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시한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MiCA 전환기간은 7월 1일 종료되며, 그전까지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폴란드 기업들은 유럽 시장에서 경쟁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사업 거점을 해외로 옮기기 시작했다.

업계는 법안의 과도한 규제를 문제 삼고 있다. 바르샤바 기업연구소는 지난해 10월 서한에서 법안과 하위 규정 초안을 합치면 300쪽을 넘는다며, 다른 EU 국가들이 수십 쪽 수준으로 정리한 것과 비교해 규제가 지나치게 비대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본적인 암호화폐 관련 마케팅을 금지하고, 법원에 항소할 권리 없이 행정 결정만으로 웹사이트 차단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도 문제 삼았다. 이 연구소는 이런 조치가 MiCA가 요구하는 범위를 넘어서며, 폴란드 기업을 다른 EU 국가 기업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는다고 밝혔다.

새 체계에서 폴란드 금융감독청(KNF)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점도 논란으로 꼽혔다. 법안은 KNF를 암호화폐 시장의 '단일 규제기관'으로 두고, 고액 벌금 부과와 함께 신뢰할 수 없는 암호화폐 도메인 목록을 관리·차단할 권한을 부여한다. 

여기에 감독당국의 인허가 처리 속도도 변수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의 결제기관 동료평가에서는 KNF의 인가 처리 기간이 유럽에서 가장 느린 수준으로 지적됐다.

정치권의 대립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의 첫 거부권 이후 같은 법안을 다시 제출했지만,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2월에도 같은 이유로 재차 거부권을 행사했다. 경제학자 피에흐는 대통령이 이미 해당 법안이 헌법 원칙을 위반하고 과도하며 모호하다고 판단한 만큼, 거의 동일한 법안에 서명했다면 스스로의 논리를 뒤집는 셈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재추진이 타협보다는 대통령에게 헌법적 입장 변경을 압박하려는 시도로 보였다고 했다.

암호화폐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거부권을 규제 반대가 아니라 '원칙 고수'로 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캉가 익스체인지(KNG) 공동 최고경영자(CEO) 슬라보미르 자바즈키는 이번 사태를 두고 "거부권 행사는 입법 과정에 상식을 요구한 것뿐"이라며 업계가 요청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비례성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 법안 논의는 이어지고 있다. 안제이 도만스키 폴란드 재무장관은 정부가 새 암호화폐 자산 법안 해법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고, 폴스카 2050을 비롯한 여러 정치 세력도 별도 초안 준비에 나섰다. 다만 정치권이 암호화폐를 둘러싸고 깊게 갈라져 있어 단기간 내 합의가 나올지는 불확실하다.

현장에서는 이미 사업 재편이 진행 중이다. 캉가는 MiCA 친화적 제도와 빠른 절차, 비교적 낮은 감독 수수료를 내세우는 라트비아 이전을 검토 중이다. 폴란드 블록체인·신기술 상공회의소의 로베르트 보이치에호프스키 회장은 상공회의소 설립 이후 기업의 70~80%가 해외로 나갔다며, 최근에는 동료들이 체코 이전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과도한 규제는 기업을 폴란드가 아닌 체코·리투아니아·몰타로 밀어내는 확실한 길이라고 경고했다.

대형 기관들도 이미 폴란드 밖으로 눈을 돌렸다. 존다 크립토(Zonda Crypto)의 프셰미스와프 크랄 CEO는 자사가 폴란드 뿌리를 둔 기업이자 현지 최대 기관이지만 수년 전부터 폴란드 밖에서 운영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도 핵심 사업자로 남겠지만, 많은 소규모 폴란드 암호화폐 기업들은 시장에서 활동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변수는 7월 1일 이전 입법 가능성이다. 피에흐는 법안 통과의 현실적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이에 따라 폴란드 내 인허가 경로가 마련되지 않으면 현지 기업들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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