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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클·리플, OCC 신탁은행 예비인가 획득…한국 제도 공회전과 극명한 대조

서클·리플, OCC 신탁은행 예비인가 획득…한국 제도 공회전과 극명한 대조

Published:
2025-12-17 07:30:00

암호화폐 거대 기업들이 미국 금융 시스템의 정문을 두드리고 있다. 서클과 리플이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신탁은행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이는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를 허무는 결정적인 진전이다.

신탁은행 지위가 가져올 변화

이 인가는 단순한 승인이 아니다. 서클과 리플이 미국 전역에서 법정화폐와 암호화폐를 위한 완전한 금융 서비스 허브로 운영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예금, 결제, 결제 네트워크 운영—기존 은행이 하는 모든 것을, 블록체인 위에서 할 수 있게 된다.

한국, 규제의 미로 속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

대조적으로 한국의 상황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FSA(금융감독원)를 비롯한 규제 기관들은 수년째 '가상자산법'과 세부 시행령을 두고 진퇴양난 중이다. 업계는 명확한 규칙을 갈망하지만, 정부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결과는? 혁신의 공회전과 해외 유수의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우회하게 만드는 장면만 반복된다. 전통 금융권의 이해관계에 발목 잡힌, 진부한 관료주의의 표본이다.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의 서막

OCC의 이번 움직임은 단호하다. 디지털 자산을 금융의 미래로 인정하고, 이를 체계 안으로 포용하겠다는 의지다. 서클의 USDC와 리플의 XRP 결제 네트워크가 이제 공식적인 금융 인프라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승리가 아니라, 전체 암호화폐 생태계가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결정적인 분기점이다.

한국이 계속 규제 논의만 반복하는 사이, 미국은 이미 다음 판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의 역사는 늘 그렇듯, 머뭇거리는 자가 아닌 행동하는 자의 편에 설 것이다.

크립토 업체들의 은행권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 제미나이]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리플·서클 등 암호화폐 기업의 신탁은행 설립을 조건부로 예비인가하면서 스테이블코인과 기관급 디지털자산 서비스의 제도권 진입이 빨라지고 있다. 반면 국내는 업권 정의 수준의 논쟁이 반복되며 글로벌과 제도 격차를 갈수록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OCC는 최근 리플과 서클에 대해 전국 단위 신탁은행 설립을 위한 조건부 예비인가(preliminary approval)을 부여했다. 또 비트고, 팍소스, 피델리티디지털애셋 등 기존 주(州) 인가 신탁은행에는 전국 단위 신탁은행으로 전환을 조건부 승인했다.

외신들은 이를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권 금융 진입을 상징하는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크립토 특화 은행 인가 사례"라고 전했다.

전통 은행권에서는 규제 우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행협회(ABA)는 "은행의 개념 경계를 흐리고 규제 차익을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독립커뮤니티은행협회(ICBA)의 레베카 로메로 레이니 CEO도 "국책 신탁은행 차터의 본래 목적을 넘어선 확장"이라며 소비자 보호와 감독 부담을 우려했다.

이번 인가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에는 '디뱅킹'(debanking·금융거래 배제) 문제가 있다. 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AML)·제재·평판 리스크를 이유로 암호화폐 기업과의 거래를 꺼리면서, 업계는 결제·정산 인프라 접근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런 환경에서 암호화폐 기업들이 신탁은행 인가를 선택한 것은 기존 상업은행 의존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준비금과 고객 자산 관리, 정산 기능을 외부 은행이 아닌 자체 신탁은행에서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즉 예금은행이 아닌 결제·정산 중심의 신탁은행으로 제도권에 편입됐다는 뜻이다.

서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사진: NYSE]

신규 인가를 받은 서클과 리플은 스테이블코인 준비금과 고객 자산을 신탁 계정 구조로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서클은 유에스디코인(USDC), 리플은 자체 달러 스테이블코인 알엘유에스디(RLUSD)의 준비금을 은행 신탁 구조로 관리해 상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구상이다.

비트고, 팍소스, 피델리티는 전국 단위 신탁은행으로 전환되면서 커스터디·결제·기관 대상 서비스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자산 정산 인프라 제공자로서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다만 신탁은행은 상업은행과 달리 예금 수취나 대출 기능은 수행하지 않는다. 고객 자산을 은행 재무와 분리해 보관하며, 결제·정산 중심의 제한된 업무에 집중한다.

국내에서도 은행권과 가상자산업권 간 시각차는 여전하다.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예금과 유사한 '유사수신업'으로 규정하려는 기류가 강하다. 한국은행 노조는 스테이블코인을 "실질적으로 예금과 다르지 않은 신종 유사수신"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가상자산·핀테크 업계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결제 기능을 상업은행의 여수신 업무와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신탁·수탁·결제에 특화된 세틀먼트 기능으로 분리 제도화해야 하며, 은행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경우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근주 핀테크산업협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근본적 전환"이라고 말했다.

금융계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다툼. [사진: 오픈AI]

전문가들도 업권 논쟁 자체가 비생산적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냐 비은행이냐보다 스테이블코인을 지급결제·정산 시스템으로 보고 기능별 규제로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시각차는 디지털자산 2단계법 논의에도 반영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준비금 관리, 감독 체계를 놓고 금융위와 한국은행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도화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회색지대에서 기업들이 사업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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