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 은행·증권사에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선스 발급 - 전통 금융의 디지털 자산 포섭 시작
모스크바가 은행권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규제의 역설
러시아 중앙은행이 국내 은행과 증권사에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 라이선스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허가가 아니다. 전통 금융 기관이 디지털 자산 인프라의 핵심 플레이어로 공식 편입되는 순간이다. 크렘린궁의 눈높이에서 보면, 통제할 수 없는 탈중앙화 네트워크보다는 아는 얼굴들에게 면허를 나눠주는 게 훨씬 안전한 선택이다.
라이선스의 진짜 의미
라이선스 발급은 사실상 '공인된 게이트키퍼'를 지정하는 행위다. 일반 투자자들은 앞으로 비공인 P2P 거래나 해외 거래소보다는 국내 은행이 운영하는 플랫폼을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금 세탁 방지(AML)와 같은 규제 프레임워크가 기존 금융 시스템과 동일하게 적용될 테니 당국에겐 감시가 한결 수월해진다. 금융 당국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모든 거래 내역이 남는 중앙화된 장부다.
글로벌 트렌드와의 합류
러시아의 이번 움직임은 홍콩, UAE, 심지어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밟아온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지털 자산을 금지하기보다는 체계적으로 포섭해 세금을 징수하고 시장을 감독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서방의 제재 아래 있는 러시아에게 암호화폐는 국제 결제를 우회할 수 있는 잠재적 통로로도 읽힌다. 지오폴리틱스가 기술을 재정의하는 순간이다.
전통 금융의 새로운 수익원
은행들에게 이는 신규 수수료 수익 사업을 의미한다. 예금, 대출, 자산관리 서비스에 더해 암호화폐 거래, 보관, 스테이킹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은 하나의 앱에서 모든 자산을 조망할 수 있고, 은행은 새로운 수익 흐름을 확보한다. 승자는 누구일까? 항상 그렇듯, 중개자다.
앞으로의 전망
초기 라이선스는 소수의 대형 행을 대상으로 할 것이며, 엄격한 자본 요건과 기술 기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시장의 즉각적인 대중화보다는 통제된 실험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러나 방향은 명확하다. 국가가 인정하는 '공식' 암호화폐 생태계가 러시아 땅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혁신은 규제의 회색지대에서 탄생하지만, 성장과 확산을 위해서는 결국 체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고전적인 이야기가 또 한 번 반복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공하는 인허가의 따뜻한 포옹은 때론 확고한 조이기 그립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암호화폐 업계는 이미 수없이 경험해왔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AI리포터] 러시아 중앙은행이 은행과 증권사가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7일 블록체인 매체 코인포스트가 전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금융기관 연례 회의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며, 은행들이 기존 라이선스를 활용해 암호화폐 중개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은행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부담할 리스크는 자기자본의 1%로 제한되며, 이후 규제 완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투자자 유형에 따라 규제가 다르게 적용되며, 적격 투자자는 제한 없이 암호화폐를 매수할 수 있지만, 비적격 투자자는 연간 최대 30만루블까지만 구매 가능하다.
이번 제안은 2025년 말 중앙은행이 정부에 제출한 암호화폐 규제 개념에 기반한다. 해당 개념은 디지털 통화와 스테이블코인을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인정하되, 국내 결제에는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거래소·브로커·수탁자가 기존 금융 라이선스를 활용해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반 체베스코프 재무부 차관은 관련 법안을 3월 의회에 제출해 올해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스크바증권거래소와 상트페테르부르크증권거래소도 법안이 통과되면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