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기관 투자자 본격 진입...스테이블코인, 결제 수단으로 안착" 전망
벽돌과 박격포 금융의 문이 흔들리고 있다. 바이낸스가 전하는 최신 전망은 명확하다: 기관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변동성 대피처를 넘어 일상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관의 대규모 자본 유입
명목화폐의 관문을 지키던 수문장들이 결국 문을 열었다. 규제 프레임워크가 조금씩 명확해지자,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변동성보다는 블록체인의 효율성과 글로벌 유동성에 주목하고 있다—전통 시장이 제공할 수 없는 속도와 접근성을 찾아서.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결제의 표준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트레이딩 페어가 아니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송금, 실시간 공급망 결제, 크리에이터에 대한 즉각적인 글로벌 보상—이 모든 것이 중개자 없이, 몇 초 만에 이루어진다. 기존 결제 인프라의 수수료와 지연은 점점 더 '옛 방식'으로 느껴진다. (물론, 은행들이 여전히 중개 수수료로 떼돈을 버는 동안 말이다.)
진정한 시험은 이제 시작이다
이 모든 성장은 단 하나의 질문에 달려 있다: 이 시스템이 실제 세계의 경제 활동을 얼마나 원활하게 지탱할 수 있을까? 기술은 준비됐다. 이제 남은 것은 채택뿐—그리고 아마도, 전통 금융 기관들이 자신들의 점심을 빼앗기는 것을 지켜보는 일일 것이다.
치노 타케시 바이낸스 재팬 대표가 11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제3회 바이낸스 블록체인 서밋'에서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바이낸스가 올해 디지털자산 시장은 기관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디지털자산이 단순한 투자 대상을 넘어 실질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치노 타케시 바이낸스 재팬 대표는 11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제3회 바이낸스 블록체인 서밋'에서 올해 주요 트렌드로 기관 진입, 스테이블코인 확산, 인공지능(AI)과의 결합을 꼽았다.
치노 대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전체 시가총액은 한때 3조1300억달러(약 4300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현재는 조정을 거쳐 2조300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거대한 경제권으로 기능하고 있다.
시장 구조를 살펴보면 비트코인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여전히 중심축을 담당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된 가상자산으로, 은행 송금이나 환전 절차를 간소화해 거래 효율을 높여준다.
치노 대표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0%는 미국 달러 기반"이라며 "향후 각국이 자국 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활성화하면 전통 금융 시장에서 달러, 유로, 엔화가 통용되는 구조가 블록체인 위에서도 재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가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장려하는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단순히 엔화의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려는 통화 패권 경쟁 차원이 아니라 웹3(Web3) 생태계 육성을 위한 필수 인프라 구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혁신을 지원하되 통제 가능한 규제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기업들이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디지털자산을 보유하는 흐름도 뚜렷해졌다.
이를 '디지털자산 트레저리(DAT)'라고 부르는데 2020년 4개에 불과했던 관련 상장사는 2025년 10월 기준 142개로 늘어났다.
이들이 보유한 디지털자산 규모는 1373억달러(약 190조원)에 달한다. 채권이나 주식 외에 비트코인을 새로운 자산 다각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셈이다.
바이낸스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현지화'와 '대중화'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낸스의 일본 법인인 '바이낸스 재팬'은 2023년 8월 정식 출범 이후 현재까지 65개 토큰을 상장해 일본 내 최다 종목을 확보했다.
올해 말까지 이를 1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 수개월이 소요되지만 꾸준히 라인업을 확장해 투자자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결제 분야에서는 일본 최대 QR 결제 사업자인 '페이페이(PayPay)'와의 협력을 강화한다.
현재 바이낸스 앱에서 페이페이 잔액을 확인하고 디지털자산을 구매할 수 있는 단계다. 향후에는 페이페이 앱 내에 바이낸스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들은 복잡한 송금 절차 없이 일상에서 쓰던 간편결제 앱으로 디지털자산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일본의 규제 환경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 사태 이후 자금결제법을 통해 디지털자산을 엄격히 규제해왔다. 초기에는 디지털자산을 결제 수단으로만 봤으나 최근에는 금융상품으로서의 성격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세제 개편이다. 현재 일본에서 디지털자산 소득은 잡소득으로 분류되어 최대 55%의 세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향후 금융상품거래법 적용을 받게 되면 주식과 동일하게 20% 단일 세율(분리과세)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세금 부담이 줄어들어 투자자 유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제도 정비됐다. 일본은 은행뿐만 아니라 자금이동업자, 신탁은행 등 다양한 주체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은행은 발행 자유도가 높은 대신 진입 장벽이 높고 자금이동업자는 송금 한도 등 제약이 있지만 진입이 상대적으로 쉽다. 발행 주체별로 차등화된 규제를 적용해 혁신과 리스크 관리의 균형을 맞춘 것이다.
치노 대표는 한국 등 타 국가가 참고할 만한 일본의 규제 대응 노하우로 '규제 당국과의 신뢰'를 강조했다.
단순히 법 조문을 지키는 것을 넘어 당국이 실제로 우려하는 지점과 기대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규제 당국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신뢰 구축이야말로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