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80% 폭락한 ’비트마인’에 구글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매수…대담한 역매수 행렬 시작
디지털 자산 시장이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한 코인을 집중적으로 매수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서학개미의 대담한 선택
해외 거래소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개인 투자자들이 특정 자산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 이들의 매수량이 구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을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주목하며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폭락장 속의 기회 포착
해당 자산은 최근 80%의 가격 하락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체의 조정 국면과 맞물려 발생한 급락이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이런 폭락이 역으로 매수 기회라고 판단, 적극적인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그들의 논리는 간단하다—심각한 과매도 상태는 반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냉소와 기대
금융계의 냉소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역추세 매수는 고래들의 전유물이지, 개미들이 따라할 게임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된다—과거에도 비슷한 패턴이 수차례 나타났고, 그때마다 초기 매수자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이번엔 다를까?
디지털 자산 시장은 여전히 변동성이 높지만, 그 속에서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의 눈은 빛나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는 자만이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이 시장에서, 다음 주인공은 누가 될지 모든 이의 관심이 집중된다.
비트마인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일반적으로 주가가 80% 이상 폭락하면 투기적 거래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암호화폐 투자 생태계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폭 하락한 암호화폐 관련 해외 주식에 오히려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비인크립토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는 톰 리가 지원하는 미국 상장사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다. 이 회사는 이더리움(ETH)을 핵심 자산으로 비축하는 전략을 내세우며 주목받았고, 2025년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해외 주식 가운데 알파벳(구글 모회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온체인 분석가 AB 콰이동(AB Kuai Dong)에 따르면, 비트마인의 주가는 올해 7월 고점 대비 약 82% 폭락하며 초반 랠리로 얻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투자자들의 매수 순위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비트마인의 중심에는 급진적인 전략 전환이 있다. 과거 비트코인 채굴업체였던 이 회사는 비트코인을 버리고 이더리움만을 축적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는 마이클 세일러가 비트코인으로 대중화한 자산 비축 전략을 이더리움에 적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현재 비트마인은 전체 이더리움 공급량의 약 3%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략은 한때 시장의 열광을 불러왔다. 소매 투자자들이 이더리움 축적에 대한 주식 노출을 확보하기 위해 몰리면서 비트마인 주가는 3000% 이상 폭등해 7월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급등 이후 급락이 이어졌고,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 레버리지 상품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한국 투자자들은 매수를 멈추지 않았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2025년 비트마인 주식에 약 14억달러를 순매수했다. 손실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도 주식과 연계된 2배 레버리지 ETF에 약 5억66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더리움 [사진:셔터스톡]](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601/617883_571777_4057.jpg)
이 같은 행보는 외부에서는 비이성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신념 자본(conviction capital)’ 혹은 ‘사재기 논리’로 해석된다. 이더리움이 장기적인 결제·가치 저장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할수록, 가격 하락은 오히려 매수 기회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한 커뮤니티 참여자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충성도만 놓고 보면 한국 개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한국은 리테일의 신념이 전통적인 리스크 관리를 압도하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비트마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USDC 발행사 서클 역시 한국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된 종목이다. 서클은 기업공개(IPO) 이후 큰 변동성을 겪었지만, 한국 투자자들은 약 10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며 주요 암호화폐 연계 해외 주식으로 떠올렸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서클은 2024~2025 회계연도 기준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 약 2조4000억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기록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아시아는 현재 전 세계에서 스테이블코인 채택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비트마인과 서클 사례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단순히 토큰 가격 변동에 베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식을 통해 암호화폐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해외 주식으로 유입된 자금은 1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상당 부분이 암호화폐·AI·반도체 등 고위험 테마에 집중됐다.
이러한 흐름이 선견지명인지, 아니면 '고통의 정상화’로 귀결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2026년을 향해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기관의 낙관론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다음 사이클을 앞두고 가장 이른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는 투자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