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입법 데드라인’이 코앞...금융위와 한은의 막판 줄다리기가 시장을 뒤흔든다
디지털 자산 시장의 심장,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적 틀이 마침내 결정될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규제의 최전선: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가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입법 방향성을 놓고 마지막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쪽은 시장 혁신과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며, 다른 한쪽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다. 이른바 '디지털 원화'의 청사진을 두고 벌어지는 이 권력 게임의 결과는 단순한 규제를 넘어, 한국이 글로벌 블록체인 경쟁에서 차지할 위치를 결정지을 것이다.
시장은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입법안의 세부 조항 하나가 수조 원 규모의 자본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발행 준비자금의 관리 방식부터 소비자 보호 장치, 그리고 감독 기관의 역할까지—현재 협상 테이블에 오른 모든 안건이 실질적인 시장의 룰이 된다. 이 과정에서 전통 금융 기관들의 입김은 여전히 강하다. 결국, 가장 혁신적인 규제는 종종 가장 강력한 로비의 산물이기 마련이다.
데드라인 이후의 세계
법적 틀이 정립되는 순간,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암호자산 시장의 변방에 머물지 않는다. 명확한 규제는 기관 자본의 대규모 유입을 위한 관문을 열 것이며, 이는 결국 디파이(DeFi)와 전통 금융의 본격적인 융합으로 이어질 신호탄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몇몇 기존 플레이어는 도태될 수도 있다. 진정한 승자는 가장 유연하게 적응하는 자일 것이다.
막판 협상의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은, 결국 금융 역사가 반복적으로 증명해 온 교훈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진: 챗GPT]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정부부처 간 권한 배분이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핵심인 스테이블코인 발행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정치권의 정부안 제출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이 발행·인가·감독 권한을 두고 막바지 조율에 들어갔다.
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주최로 열린 정책 세미나에서 이정문 TF단장은 "정부안이 제출되면 정무위가 즉시 심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급변하는 환경에서 입법이 지연되면 우리 금융·산업 경쟁력이 뒤처진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의원들은 금융위와의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스테이블코인 정부안을 이달 1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김성진 금융위 가상자산과장은 "관계기관과 핵심 쟁점을 조율 중"이라며 정부안 작업이 막바지 단계라고 말했다. 부처 간 의견 차는 불가피하나 해결 가능한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3일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주최 정책 세미나에서 김성진 금융위 가상자산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12/609858_564965_2959.jpg)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가장 큰 쟁점은 발행·인가·감독 권한을 어떻게 배분할지다. 일각의 '은행 51% 지분 컨소시엄' 모델은 금융위가 사실무근으로 정리했지만, 한은은 여전히 안정성 중심 관점에서 '중앙은행의 감독 참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통화당국인 한은이 발행자 위험관리·준비금 구성·리스크 모니터링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고수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통화와 직접 연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이 두려워하는 영역", "법을 바꿔서라도 한국은행이 의사결정의 한 주체로 들어가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반면 금융위는 발행 인가·행위 규율·공시·소비자 보호 중심의 기존 금융규제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의 인가권을 금융위·한국은행이 나눠 갖는 이원화 모델은 책임 충돌, 승인 지연, 기준 불일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사진: 연합뉴스]](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12/609858_564972_3953.jpg)
관련해 입법기관인 의원들간 의견 충돌도 존재하는 모습이다. 한은 중심의 안정성을 견지하는 의견과 혁신성과 글로벌 경쟁력에 초점을 둔 입장이 대치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 주도 발행에 국회가 동조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한은 중심 노선은 일부 의원 의견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운영 가능한 은행이 6곳가량뿐인데 이들을 묶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도 했다.
특히 그는 "한은이 계속 '위험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해외 사례와 정합성 맞추는 설계를 해야지, 한은의 입장만을 기준으로 시장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3일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주최 정책 세미나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12/609858_564964_2913.jpg)
전문가들은 한국형 제도가 글로벌 기준과 어긋날 경우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이 인가권까지 일부 보유하거나, 발행 구조를 특정 업권(은행) 중심으로 둘 경우 시장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한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미국·EU·일본의 사례를 들며 "주요국은 스테이블코인을 국가전략 레벨에서 제도화하고 있다"며 "한국은 산업 전략보다 구조 논쟁에 매몰돼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연준(Fed)이 지급준비·결제 안정성만 감독하고, 발행 인가와 시장 규율은 OCC·SEC·CFTC가 각각 담당하는 분업형 구조다. EU 미카(MiCA)는 전자지급사업자(EMI)·핀테크·은행 등 다양한 사업자에게 발행권을 열어두고, 중앙은행은 청산·준비금·리스크 관리만 맡는 방식이다. 일본 자금결제법도 은행·신탁·자금이체업자에게 발행권을 허용해 경쟁을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