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때만 세금’ 시대 끝…비트코인 부유세 논란에 시장 발칵
암호화폐 보유만으로도 세금 부담이 생길까? 정부가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부유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팔 때만 과세’라는 기존 원칙을 뒤집는 초강수다.
당국은 "부의 재분배"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투자자들은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저해하는 무리한 조치"라 반발하고 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시장에서 공정한 평가 기준 마련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편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정부가 새 세원을 찾는 눈탱이 신공을 발휘 중"이라며 빈정댔다. 세금 논의가 본격화되면 2025년 하반기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비트코인(BTC) 보유자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각국 정부들이 부유세(wealth tax) 도입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시행 중이던 부유세가 이제는 암호화폐 보유자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유세는 현금, 투자, 부동산, 기타 자산 등 개인이 보유 중인 총 순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금액에 대해 매년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산의 매각이나 소득 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적용된다. 이는 주로 초고액 자산가들을 겨냥해 공공 수입을 늘리고 자산 집중 및 세금 회피를 억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부유세는 스위스, 벨기에, 노르웨이 등에서 오래전부터 활용돼 왔지만, 미국, 호주, 프랑스와 같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들은 대부분 이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의 폭등과 함께 상황이 바뀌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부유세를 검토하는 정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프랑스 상원 의원 실비 베르메예는 비트코인을 ’비생산적 자산’으로 분류하고 매도 여부와 관계없이 매년 과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미실현 자본이득세’ 논의와 이어지며, 다른 국가들 역시 유사한 정책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에서는 이미 자산 포트폴리오 가치의 최대 1%에 대해 과세하고 있으며, 장기 비트코인 보유자들은 이미 막대한 수익을 보고 있다.
일부 정부에서는 과거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던 역사를 고려해 부유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1913년, 영국은 1965년, 호주는 1985년에 각각 자본이득세를 도입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997년 부유세를 폐지했던 독일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해 7월 독일 정부는 압수한 비트코인 5만 개를 개당 5만8000달러에 처분했지만, 불과 몇 달 후인 12월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까지 급등하며 막대한 수익을 놓쳤다. 이는 영국이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재무장관이 1999년 금값이 바닥을 찍던 시기에 금 보유량의 절반을 매도했던 사례와 비교될 정도로 논란이 됐다.
그러나 부유세 도입에는 위험도 따른다. 이는 부자들의 자산 이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인데,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영국의 고액 자산가들은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두바이와 같은 저세율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비트코인 전략 준비금을 설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사실상 정부 차원의 장기 보유 전략을 공식화했다. 이는 암호화폐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신호이자, 미국에서는 당분간 부유세 도입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매체는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비트코인 보유자들은 이미 전 세계 과세 당국의 레이더망에 포착될 만큼 충분한 부를 축적했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촉발하든, 아니면 단순한 정치 행보에 그칠지는 미지수지만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조용히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