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MiCA 전면 시행 D-1, 미허가 거래소 7월부터 대규모 퇴출 위기
오는 7월 1일부터 유럽연합(EU)의 암호화폐 시장 규제 법안(MiCA)이 전면 시행된다. 이에 따라 미인가 거래소들의 대규모 유럽 철수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비트코인이 10% 급락하는 등 시장에 충격파가 전해지고 있다.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유럽연합(EU)의 암호화폐 규제 미카(MiCA) 임시 유예 기간이 오는 7월 1일 종료되면서,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와 브로커, 지갑 서비스 이용자들이 계정 차단과 출금 안내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14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크립토슬레이트(CryptoSlate)에 따르면 유예 만료 이후 기존 등록만으로 영업하던 사업자 상당수가 EU 고객 대상 서비스를 이어가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MiCA는 EU 고객을 상대하는 암호화폐 사업자에게 정식 인가를 요구한다. 하지만 2026년 5월 기준 EU 전역에서 인가를 받은 업체는 은행을 포함해 194곳에 그쳤다. 2024년 기준 3000개가 넘던 등록 사업자 가운데 약 75%는 유예 종료와 함께 영업 권한을 잃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 규제당국 심사에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아직 인가를 받지 못한 업체들은 사실상 시한 내 승인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미인가 사업자들은 정리 절차에 들어가거나, 고객을 인가를 받은 계열사나 경쟁사로 넘기거나,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는 이런 종료 계획을 7월 1일 이전에 준비해둘 것을 요구해왔다.
이용자별 영향은 플랫폼 상황에 따라 갈린다. 이미 MiCA 인가를 받았거나 인가된 유럽 법인을 통해 운영하는 거래소는 기존과 비슷하게 계정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고객을 인가 법인으로 옮기는 플랫폼은 약관 재동의와 신원 재확인을 요구할 수 있다. EU는 기존 이용자 이전 과정에서도 신원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심사를 모두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인가를 받지 못한 플랫폼은 신규 입금을 막고, 이용자에게 개인 지갑이나 다른 인가 거래소로 자산을 옮기도록 안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프랑스는 단속 강도가 높은 국가로 꼽힌다. 프랑스 금융당국(AMF)는 미인가 업체들에 7월 1일부터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통보했고, 이를 어기면 프랑스 법상 최대 2년 징역과 3만유로 벌금이 가능한 형사범죄라고 경고했다.
AMF는 미인가 사업자를 공개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대중 경고를 내리거나 법원에 웹사이트 차단을 요청할 수 있다. 마리안 바르바트라야니 AMF 위원장은 5월 28일 파리 행사에서 기업들의 신청이 긴급한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고, 라이선스 없이 EU 고객에게 계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법정에 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일반 이용자가 직접 규제 위반 책임을 지는 구조는 아니다. 이용자는 자국 규제당국 등록부나 EU의 중앙 인가 목록에서 자신이 쓰는 플랫폼이 자체 MiCA 인가를 보유했는지, 또는 인가된 유럽 법인을 통해 운영되는지 확인하면 된다. 작동 중인 앱이나 웹사이트만으로는 서비스 지속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고, 공식 등록부가 시한 이후 적법 영업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이번 조치는 유럽 암호화폐 시장 재편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MiCA 준수 비용이 커지면서 법률 대응, 자본 요건, 내부통제 인력을 감당할 수 있는 은행과 대형 거래소, 자금력이 있는 플랫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폴란드에만 1400개가 넘는 기존 등록 업체가 있었던 만큼, 유럽 전역의 소규모 사업자들이 먼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MiCA가 내세운 단일 시장 구상도 시험대에 올랐다. 제도 취지는 한 국가에서 받은 인가로 EU 27개국 전역에서 영업할 수 있는 패스포팅 체계에 있다. 하지만 실제 인가는 27개국 규제기관이 각각 발급하고 있어 심사 속도와 기준 차이가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몰타는 작은 규제기관이 짧은 기간에 많은 인가를 승인했다는 점에서 ESMA의 점검 대상이 됐다. 바르바트라야니 위원장은 프랑스가 신뢰하지 못하는 국가가 발급한 인가를 거부할 수도 있다며, 그런 상황은 '심각한 집단적 실패'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이미 MiCA 영향이 현실화한 사례로 꼽힌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의 USDT는 MiCA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그 결과 코인베이스, 크라켄, 크립토닷컴, 바이낸스가 유럽 플랫폼에서 이를 제외했다. 반면 서클의 USDC와 유로화 기반 EURC는 시장 내 지위를 유지했다. 이제 같은 압박이 거래소와 브로커로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몇 주간은 대형 거래소의 유럽 법인 이전 발표, 규제당국의 경고와 블랙리스트 공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독일에서의 서비스 차단, 막판 인가 승인, 이용자 대상 출금 및 계정 이전 안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7월 1일 시한은 유럽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 시행인 동시에, 각 플랫폼이 실제로 합법 영업 자격을 갖췄는지 드러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