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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장부 거래’ 쇼크가 몰고 온 디지털자산 업계의 진화 경쟁

빗썸 ’장부 거래’ 쇼크가 몰고 온 디지털자산 업계의 진화 경쟁

Published:
2026-02-10 18:17:21

거래소 장부만 오간 가상 거래—빗썸의 '장부 거래' 의혹이 업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2026년 2월 현재, 이 사건은 단순한 규제 위반을 넘어 암호화폐 생태계의 근본적인 신뢰 문제를 다시 한번 조명했다.

거래량 허수 주문의 유혹

거래량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생명선이다. 높은 거래량은 유동성을 의미하고, 유동성은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인다. 일부 플랫폼은 이 '유혹'에 굴복해 실제 자금 흐름 없이 장부상 숫자만 치장하는 관행에 빠졌다. 투자자들은 화려한 차트와 통계 뒤에 숨은 진실을 알지 못한 채, 허상의 시장에 자본을 투입한다.

진화하는 규제의 칼날

한국 금융당국(FSA)을 비롯한 전 세계 규제 기관들은 이제 눈을 감지 않는다. 투명성과 실물 자금 결제 증명을 요구하는 압력이 거래소들의 운영 방식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장부 거래' 같은 편법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가 왔다. 규제가 진화하면, 생존을 원하는 플랫폼도 진화해야 한다.

블록체인, 최고의 감시자가 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위기를 해결할 열쇠는 문제를 발생시킨 기술 자체, 즉 블록체인에 있다. 모든 거래가 공개 원장에 기록되는 특성은 본질적으로 조작을 어렵게 만든다. 진정한 탈중앙화 거래소(DEX)나, 실시간 블록체인 검증 기술을 도입하는 거래소들이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신뢰 회복이 유일한 통행료

디지털 자산 업계는 더 이상 변방의 무법천지가 아니다. 기관 자본이 대규모로 유입되고, 전통 금융과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금, 신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빗썸 사태는 업계 전체에 가차 없는 경고를 보냈다: 투명성 없는 성장은 결국 공허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결국, 시장은 진짜 자산과 가짜 활동을 가려낼 것이다—그 과정에서 몇몇 플랫폼은 사라지겠지만, 이는 전통 금융이 수세기 동안 겪어온 청산 과정을 단 몇 년 만에 압축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빗썸이 실수로 1인당 2000 BTC를 입금하는 초유의 사고를 일으켰다 [사진: Reve AI]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빗썸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장부 거래(Book Trading)'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디지털자산 업계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며 진화로 분주한 모습이다.

장부 거래란 실물 자산의 이동 없이 전산 장부(DB)상의 숫자만 먼저 기록해 거래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실제 보유하지 않은 코인을 찍어내 거래시켰다"며 이를 사기적 행태로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장부 거래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이 고객 예금을 전액 현금으로 금고에 쌓아두지 않고 전산상 숫자로 관리하거나 증권사가 주식 매매 체결 시 즉시 실물 주식을 이동시키지 않는 것과 동일한 원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증'이라는 것. 전통 금융기관은 장 마감 후 '시재 맞추기'를 통해 장부와 실물 자산의 일치를 엄격히 검증한다. 반면 이번 사고에서 빗썸은 보유량을 초과하는 코인이 입력됐음에도 시스템이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이에 디지털자산 업계는 이번 사태가 업계 전반의 신뢰 위기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빗썸과 달리 우리는 이벤트 전용 계정과 실시간 대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구체적인 기술적 차별점을 공개했다.

업비트는 2017년부터 구축한 '준비자산 증명 시스템(Diff Monitoring)'을 핵심 방어책으로 내세웠다.

업비트 관계자는 "블록체인 지갑 내 실물 자산과 내부 장부상 수량을 24시간 상시 대조하고 있다"며 "장부와 실물 간 미세한 차이라도 발생하면 즉시 경보가 울리고 입출금이 차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벤트 진행 시 사전에 확보된 물량만 '이벤트 전용 계정'으로 이체하고 해당 계정 내에서만 지급이 이뤄지도록 설계해, 새로운 숫자를 생성하는 방식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코인원 역시 '제로 디펙트(Zero-Defect)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코인원 관계자는 "온체인 지갑과 서비스 DB를 실시간 대사해 정합성 불일치 시 거래를 즉각 중단한다"며 "마케팅, 서비스 운영, 재무회계 부서가 독립적으로 상호 검증하는 '6단계 교차 검증(CROss-Check)' 프로세스를 통해 인적 오류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건을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와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 삼성증권은 직원 실수로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로 입력해 존재하지 않는 주식 28억주를 유통시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증권 사태는 내부 직원 계좌로 입고된 사고였지만 이번 빗썸 사태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지급됐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훨씬 크다"며 "해외 이용자가 코인을 출금해버릴 경우 소송을 통한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 국제적 분쟁으로 비화될 소지까지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1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빗썸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개최한다. 이날 빗썸 창업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의 국회 출석 요구와 함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관계자와 이재원 빗썸 대표 등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 구속력이 없어 실제 출석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또 현재 논의 중인 '가상자산법 2단계(가상자산사업규제법)' 입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업계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 중에 하나인 대주주 지분 제한에 대해서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디지털자산 업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전반 점검 계획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사안을 계기로 2023년 6월부터 시행 중인 '표준 내부통제기준'을 면밀히 재검토해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고가 법과 제도가 미비해서 발생한 것이 아님에도 정치권과 당국이 이를 빌미로 과도한 '옥상옥 규제'를 도입할까 우려된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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