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 前대표 무혐의…경찰 결정에 1000억대 피해자 구제 가능성 열리다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의 전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 결정으로 10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구제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사건의 개요
고팍스는 2023년부터 출금 중단 사태를 겪으며 수많은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당시 거래소는 유동성 문제를 이유로 자금 인출을 차단했고, 이로 인해 수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갇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고팍스 운영사와 전 대표를 상대로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최근 경찰은 해당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법적 판단과 시사점
경찰의 무혐의 결정은 단순한 경영 실패와 범죄 의도 사이의 미묘한 선을 보여준다. 암호화폐 산업의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소의 운영 실패를 형사 범죄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전통 금융에서 '부도'가 발생할 때와 유사한 구조—투자자 보호 장치가 부재한 상태에서의 파산—를 암시한다. 금융당국(FSA)의 사후 규제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피해 구제의 가능성
무혐의 결정이 민사 소송의 길을 막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형사 책임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남아 있을지 모르는 자산에 대한 민사상 배상 청구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 피해자들은 이제 고팍스의 잔여 자산을 파악하고 법정 다툼을 통해 일부라도 회수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거래소의 책임 한계와 투자자 보호 체계의 필요성을 다시금 부각시켰다고 평가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결정은 암호화폐 산업이 여전히 '구매자 주의' 원칙이 지배하는 야생의 서부와 같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규제 당국이 뒤늦게 뛰어들어 뒷처리를 하는 모습은, 마치 주식 시장이 1929년 대폭락 이후에야 본격적인 감독 체계를 마련한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금융 혁신은 항상 규제보다 빠르게 나아가는 법이다.
3000여명의 피해자를 낳은 가상자산 예치금 미지급 사태, 이른바 '고파이 사태'를 계기로 물러난 고팍스 창업자 이준행 전 스트리미 대표가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3년 가까이 지연된 피해자 구제 절차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2022년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부도로 가상자산을 고팍스에 맡겼던 이용자들이 아직 상환을 받지 못한 가운데 회사를 인수한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자 바이낸스가 고팍스 전 경영자를 상대로 제기한 2건의 고소에 모두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11일 이 전 대표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앞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도 지난해 11월 배임 혐의에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표는 고파이 사태를 계기로 40%가 넘는 고팍스 지분 전량을 한국시장 진출을 원하던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매각하며 2023년 2월 고팍스 운영사인 스트리미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전 대표가 고파이 사태 수습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였다.
고팍스는 이 전 대표가 물러난 지 2년여 뒤인 작년 4월 경찰에 고소를 제기했다.
고팍스 측은 ▲2023년 6월 회사 자산인 '제네시스 채권' 약 833억원을 헐값에 매각해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배임) ▲2021년 회사 소유 비트코인 60개를 사적으로 유용(횡령)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은 문제가 된 채권 매각이 이 전 대표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당시 경영진과 이사회의 만장일치 결의로 이뤄진 합법적 경영 판단이라고 봤다.
게다가 당시 고팍스가 미지급된 고파이 예치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제네시스 채권을 저가 매각한 것은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비트코인 횡령 혐의 역시 회계자료와 임직원 진술을 종합하면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고파이 사태는 2022년 11월, 세계 3대 코인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시작됐다. 고팍스는 고객이 맡긴 코인을 가상자산 투자은행 제네시스 트레이딩에 맡겨 굴렸는데, FTX 파산 여파로 제네시스가 돈을 돌려주지 못하며 약 600억원의 고객 자금이 묶이게 됐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2월,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는 대가로 고파이 피해액 전액 상환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신고 수리가 늦어지고, 바이낸스 측과의 경영권 분쟁 등이 겹치며 아직 피해액의 약 37%는 상환되지 못한 상태다.
그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며 갚아야 할 자산 가치는 현재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전 대표는 연합뉴스에 "채무를 사재를 털어 메꿨는데도 고소당하고 악마화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제 명예가 회복되고, 채무 상환도 하루빨리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팍스와 A 전 대표를 무고 혐의로, 바이낸스 B 이사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 회사를 '헐값'에 넘긴 것은 이용자들이 맡긴 돈을 신속히 회수토록 하기 위해서인데, 바이낸스가 한국 내 가상자산 관련 사업권을 획득하고서 상환 등 후속 조처는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이 전 대표와 바이낸스 측은 지분 인수대금 미지급 문제 등을 놓고 대한상사중재원(KCAB)에서 국제 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