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없는 버크셔 해서웨이, 현금 보유액 사상 최대 기록…다음 투자처는 암호화폐일까?
버크셔 해서웨이가 현금 보유액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워런 버핏이 더 이상 선장석에 없는 지금, 이 거대한 자본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전통의 벽에 부딪힌 현금 홍수
전통적인 가치 투자의 성지가 역대 최고 수준의 현금을 쌓아올렸지만, 명확한 투자처는 보이지 않는다. 주식 시장은 이미 고평가됐다고 평가받고, 채권 수익률은 인플레이션을 간신히 따라잡는 수준이다. 금융계의 거물들이 익숙한 놀이터에서 더 이상 눈에 띄는 기회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프론티어로 향한다.
디지털 자산, 다음 프론티어로 부상
기관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투기 자산을 넘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결제 인프라, 토큰화된 실물자산(RWA),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금융 상품이 기존 금융 시스템을 우회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금융의 기록 보관, 결제, 소유권 증명 방식을 근본부터 재정의하는 움직임이다.
보수에서 공세로의 전환점
극도의 보수성은 때로 가장 공격적인 변화의 전주곡이 된다. 역사적으로 버크셔와 같은 거대 자본이 새로운 자산 클래스로 눈을 돌릴 때, 그 시장은 본격적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읽힌다. 암호화폐 시장이 제공하는 변동성은 위험인 동시에, 전통 시장과의 낮은 상관관계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명분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결국, 월가의 가장 오래된 지혜는 '현금은 왕'이지만, 디플레이션 환경에서 그 왕은 서서히 가치를 잃어간다.
결정적 순간을 맞이한 교차로
디지털 금융 생태계는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현물 비트코인 ETF를 운용하며, 블록체인 기반 결제 네트워크가 24/7 가동된다. 전통 금융의 거인들이 이 흐름을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또 한번의 '기술 주식 버블'이라며 외면하다가 뒤늦게 합류할 것인지—그 선택이 앞으로 몇 년 간의 수익률 차이를 결정지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아끼던 현금 더미가, 결국 그들이 가장 회의적이었던 자산을 구매하는 데 쓰일지도 모른다. 금융 역사는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쌓아두며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린 버핏이 95세의 나이로 은퇴하면서, 버크셔는 약 3820억달러(약 550조원)에 달하는 현금 및 단기 국채를 보유한 상태로 새로운 리더십 체제에 들어섰다.
이는 S&P500 기업 약 480개를 인수할 수 있는 규모로, 시장에서는 버크셔가 향후 대규모 시장 조정이나 금융 불안에 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버크셔가 12분기 연속 주식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며 글로벌 최대 순매도 기업이 됐다는 점에서, 현금 비중 확대는 단순한 보수적 운용을 넘어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1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비인크립토에 따르면 버핏의 은퇴는 버크셔 역사상 가장 큰 전환점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60년간 버크셔를 섬유 회사에서 글로벌 금융·산업 지주회사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버크셔는 철도회사 BNSF, 자동차 보험회사 가이코(GEICO),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등 200개 이상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애플(약 650억달러), 아메리칸익스프레스(580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320억달러), 코카콜라(280억달러) 등 주요 기업의 대규모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버크셔의 핵심 자금원은 여전히 보험 부문이다. 보험 부문 자회사인 내셔널 인뎀니티(National Indemnity)와 가이코가 창출하는 안정적인 보험료 수입은 주식 투자와 기업 인수를 가능하게 하는 자금 엔진 역할을 한다. 현재와 같은 현금 보유 규모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직전과 유사해, 시장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차기 리더십을 맡게된 그렉 아벨이 이 막대한 유동성을 어떻게 활용할지로 쏠린다. 비보험 사업을 총괄해 온 아벨은 에너지 산업에서 경력을 쌓아왔으며, 전통적인 주식 투자보다는 실물 자산과 장기 인프라 투자에 강점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금리 하락 국면에서 현금의 기회비용이 커질 경우, 그의 판단이 버크셔의 투자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분석가들은 아벨이 버핏의 전통적 가치 투자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붕괴 시 할인된 가격으로 기업을 인수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UBS의 브라이언 메러디스는 "버핏 개인의 인맥은 사라지겠지만, 버크셔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시장 안정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 역시 버크셔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버핏은 과거 비트코인(BTC)을 '쥐약'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버크셔는 브라질 디지털 은행 누 홀딩스(Nu Holdings)에 투자하며 간접적으로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 노출돼 있다. 버크셔는 2021년 5억달러 초기 투자 이후 추가로 2억5000만달러를 투입했으며, 누 홀딩스 주가는 2025년에만 50% 이상 상승했다.
한편, 버크셔는 최근 3년간 약 184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하며, 글로벌 최대 순매도 기업이 됐다. 현재 보유 중인 3820억달러의 현금과 단기 국채는 시장 붕괴 시 강력한 매수 여력을 의미한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관측되는 기관 투자자들의 현금 축적 흐름과 맞물리며, 전반적인 리스크 회피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버크셔의 전략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가장 보수적인 가치 투자자들조차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현금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버크셔는 1965년 이후 S&P500을 단 20차례만 하회했으며, 평균 연간 수익률 19.9%로 같은 기간 S&P500의 10.4%를 크게 웃돌았다.
비인크립토에 따르면, 버핏 이후의 버크셔가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아벨 체제에서 보다 신중한 방식의 접근이 이뤄질 경우 암호화폐 시장은 또 하나의 초대형 기관 투자자를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