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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가두리 펌핑…한국만 ’시장조성’ 막아 가격 왜곡 키웠다

툭하면 가두리 펌핑…한국만 ’시장조성’ 막아 가격 왜곡 키웠다

Published:
2025-12-08 07:30:00

한국 암호화폐 시장이 정체된 채로 뒤처지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들은 활발한 시장조성(Market Making)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가격 효율성을 높이는 동안, 국내 규제는 이를 '가두리 펌핑'으로 규정하며 발목을 잡았다.

규제의 의도와 역설적 결과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조작 방지를 명분으로 시장조성 활동에 가혹한 제재를 가해왔다. 문제는 이 같은 접근이 오히려 시장의 건강한 기능을 마비시켰다는 점이다. 유동성 공급자가 사라지자 매수-매도 호가 간 차이는 벌어졌고, 소규모 주문조차 가격을 급등락시키는 '미끄러짐(Slippage)'이 만연하게 됐다.

글로벌 시장과의 괴리 심화

해외 주요 거래소에서는 시장조성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유동성을 적극 유치한다. 이는 가격 발견 과정을 원활하게 하고 거래 비용을 낮춘다. 반면 한국 거래소들은 규제 공포에 시장조성을 기피하며, 결과적으로 국내 가격이 글로벌 시장가격에서 일탈하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투자자들은 결국 더 비싸게 사고, 더 싸게 팔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진정한 보호는 유동성에서 나온다

투자자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은 조작 가능성이 높은 억압된 시장에 가두는 것이 아니다. 투명한 규칙 아래 충분한 유동성과 효율적인 가격 형성이 이루어지는 건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규제 프레임은 그 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마치 화재를 막겠다며 소방관의 출동을 금지하는 것과 같다. 당연히 증권가의 옛 방식으로 새 시장을 재단하려는 발상에는 한계가 있다. 진보라는 이름 아래, 결국 시장을 가둔 것은 우리 자신이었다.

가두리 펌핑 [사진: 챗GPT]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업비트 해킹 이후 일부 코인들의 시세가 해외와 크게 벌어지는, 일명 '가두리 펌핑'이 반복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도 합법적 시장조성(Market Making·MM)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복수의 가격 괴리 사례가 나타났다. 엑스플라(XPLA)는 1~3일 해외 대비 10% 이상 높게 거래됐고, 솔라나 생태계 밈코인 봉크(BONK)는 국내에서 최대 20% 안팎의 급등락을 보였다. 솔라나 기반 스테픈(GMT·GST) 역시 업비트 해킹으로 SOL 네트워크 입출금이 중단된 이후 7~12% 수준의 단기 가격 왜곡이 포착됐다.

업비트 해킹이 발생했던 지난달 말에는 오르카(ORCA), 메테오라(MET2), 레이디움(RAY) 등 솔라나 계열 코인들이 최대 72%까지 가격이 튀었다. 입출금이 막힌 상태에서 호가창이 얇은 코인에 매수세가 쏠리며 가격을 끌어올리는 '가두리 펌핑'이 발생한 탓이다.

최근 1년간 국내에서는 유사 사례가 계속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다중 계정과 외부 시세 괴리를 이용해 가격을 끌어올린 이른바 '경주마·가두리 펌핑' 조직을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일부 가상자산은 특정 거래소에서만 타 거래소 대비 최대 10배 이상 급등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수이(SUI) 기반 루미웨이브(LWA)도 지난해 11월 네트워크 장애로 코인원·빗썸 등에서 입출금이 막힌 동안 코인원에서만 34원에서 299원까지 약 780% 급등락해 논란이 됐다. 거래유의종목 지정이나 네트워크 장애로 입출금이 중단될 때마다 특정 거래소에서만 시세가 요동치는 '가두리 펌핑'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경주마 시세조종 구조 [사진: 금융위원회]

사건별 직접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유동성 공급 장치가 부재한 국내 시장 구조가 공통된 취약점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말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시장조성행위가 시세조종에 해당할 수 있고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해 제정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자본시장법과 달리 정상적인 시장조성 행위를 예외로 인정하는 조항을 두지 않았다. 즉, 시장조성이 시세조종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거래소 장애, 입출금 중단, 거래유의 지정 등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가격 충격을 흡수할 제도권 시장조성자가 부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동성이 얇은 알트코인 위주로 호가 공백이 크게 벌어지면서, 가두리 펌핑과 같은 가격 왜곡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코빗리서치센터는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시장조성자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며 "규제 공백으로 합법적인 시장조성자 활동마저 시세조종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커 시장 변동성이 심화되고 국내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시세. [사진: 연합뉴스]

자본시장에서는 시장조성자가 매도·매수 가격차(스프레드)를 메우며 완충 역할을 하지만,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합법적 시장조성자가 부재해 가격 왜곡에 취약한 '가두리 양식장'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와의 규제 격차도 존재한다. 미국·EU·싱가포르·일본 등 주요 국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시장조성자에게 유동성 공급과 스프레드 축소 등 가격 안정 역할을 허용한다. 국내와 달리 시장조성자가 상시로 호가를 메우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큰 폭의 가격 괴리가 발생하기는 어렵다.

한 해외 재단 관계자는 "한국은 제도권 시장조성자가 없어 유동성 층이 얕고, 시장이 쉽게 고립된다"며 "오더북 공유나 미러링 같은 우회적 방식이 있더라도 시세조종의 표적이 되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한국 시장을 어항(fish tank)이라고 속칭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법인 시장 개방에 앞서 시장조성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기관투자자 시장에서는 브로커, 딜러, 유동성공급자(Liquidity Provider·LP) 등 다양한 역할의 시장조성자가 존재해 가격 안정과 거래 연속성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생태계 조성 없이 시장을 개방할 경우 변동성 우려로 기관투자자 유입이 소극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승민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는 "마켓메이킹은 스프레드를 축소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립적 기능"이라며 "적정한 규율 아래 제도권 안에서 다뤄야 할 인프라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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