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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대신 기업 채권으로 급증하는 자금 이동…위험 선호 심리 가속화

미국 국채 대신 기업 채권으로 급증하는 자금 이동…위험 선호 심리 가속화

Author:
BlockMedia
Published:
2025-07-27 12:00:07

안전자산에서 벗어나 기업 채권으로 대규모 자금이 흘러들고 있다.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성향이 한층 강화되면서 시장 판도가 빠르게 재편 중이다.

미국 국채 수익률의 정체와 비교해 기업 채권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펀드 매니저들은 'TINA(There Is No Alternative)' 효과를 언급하며 주식 및 회사채 편중 현상을 설명한다.

금융시장의 잔혹한 진리: 수익을 찾는 자본은 결코 충성심이 없다.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스택스 립 와인 셀라’에서 생산하는 쇼비뇽 블랑 와인 아베타(Aveta). (사진제공=나라셀라)

 

[블록미디어 권은중 전문기자] 세계 와인 업계에서 프랑스 와인이 가지고 있는 지위는 독보적이다. 프랑스는 중세 이후 와인의 역사를 써왔고 근대에는 와인의 표준을 만들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톱10은 죄다 프랑스 와인이다. 1976년 이른바 ‘파리의 심판’이라 블리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미국 와인이 프랑스 와인을 따돌렸다고 하지만 프랑스 와인이 가지고 있는 지위는 아직도 난공불락이다.

그런데 프랑스가 원산지인 포도로 빚은 와인 가운데 신흥국에 밀려 힘을 못쓰는 와인도 있다. 레드에서는 말벡이, 화이트에서는 쇼비뇽 블랑이 대표적이다. 말벡은 아르헨티나에 밀리고, 쇼비뇽 블랑은 뉴질랜드에 밀린다.

여름철에 마시기 좋은 쇼비뇽 블랑은 프랑스 남서부인 루아르(Loire)가 원산지로 추정된다. 루아르 지역은 쇼비뇽 블랑 100% 와인을 만들고, 루아르 남쪽에 있는 보르도는 화이트 품종인 세미용과 블렌딩해서 화이트를 만든다. 프랑스 쇼비뇽 블랑도 원조다운 품격과 특색이 있지만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의 개성에는 못 미친다. 약간의 미네랄감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퍼포먼스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다 프랑스 쇼비뇽 블랑의 가격은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의 2배 이상이다.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은 1만원대라도 갓 풀을 벤듯한 향에 과일향을 뿜어낸다. 반면 프랑스 쇼비뇽 블랑은 우아하지만 발랄함은 부족하다. 당연히 전 세계의 소비자들이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에 지갑을 여는 것이다.

미국도 쇼비뇽 블랑 와인을 빚는다. 하지만 미국의 샤르도네는 꽤 유명하지만 미국 쇼비뇽 블랑은 국내에서는 잘 마시지 않게 된다. 미국의 카베르네 쇼비뇽은 마셔도 미국 메를로를 잘 마시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트렌드는 어쩌면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미국의 카베르네 쇼비뇽과 샤르도네가 프랑스의 유서 깊은 카베르네 쇼비뇽과 샤르도네를 압도적으로 따돌린 데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실제 미국의 유명한 카베르네 쇼비뇽과 샤르도네의 가격은 프랑스의 같은 품종 와인들과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다.

 

늘 군침만 삼키던 스택스 립 아베타를 운 좋게 지인의 사무실에서 밀레짐 샴페인과 함께 마실 기회가 있었다.(사진=권은중 기자)

그런데 이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 레드 와인을 따돌리고 당당히 1위를 한 스택스 립 와인셀라(Stag‘s Leap Wine Cellars)라는 와이너리가 있다. 미국 와인의 역사를 쓴 로버트 몬다비에서 수석 양조가로 일했던 워렌 위니아스키(Warren Winiarski)가 1970년 나파밸리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설립한 지 6년 만에 이 와이너리의 스택스 립 S. L. V 1973 카베르네 쇼비뇽이 프랑스 보르도의 샤또 오브리앙 같은 저명한 와인을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따돌린 것이다(파리의 심판에서 화이트 와인 1위를 했던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도 와이너리를 오픈한 지 단 4년 만에 해당 분야 1위를 했다). 창업자인 위니아스키는 원래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쳤다. 그러다 마키아벨리를 연구하러 피렌체로 갔다가 이탈리아 와인에 빠져 와인 세계에 입문했던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나파 밸리의 아이콘이 된 스택스 립에서도 당연히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카리아(Karia) 샤르도네가 인기가 있다. 그런데 스택스 립 쇼비뇽 블랑인 아베타(AVETa)는 잘 눈에 띄이지 않는다. 쇼비뇽 블랑치고 10만원대이라는 비싼 가격 탓이다. 엄선한 포도로 양조한 후 새 프렌치 오크에 6개월간 숙성한다.

스택스 립 쇼비뇽 블랑을 마신 장소는 내가 강원도 유기농 블루베리에 와인을 넣어 조린 잼을 구매하겠다고 연락을 줬던 선배의 사무실이었다. 사무실 도착 시간은 저녁 6시쯤. 와인 마니아인 그의 사무실 냉장고에는 늘 와인이 있다. 그는 나에게 “날씨가 더운 날 오느라 고생했다”며 “샴페인 한잔 어떻겠냐?”고 먼저 샴페인을 권했다. 무려 베르나르 토르네(Bernard TORNay) 그랑퀴리 2009년 빈티지. 안주가 크래커와 이탈리아 제노바산 타지아스케(Taggiache) 블랙 올리브가 전부였지만 베르나르 토르네 그랑퀴리는 더운 여름 날씨에 너무 잘 어울렸다. 날씨 탓에, 밀린 이야기 탓에 샴페인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그 다음 그가 이어 꺼낸 와인이 스택스 립 아베타 쇼비뇽 블랑이었다. 지갑이 빠듯한 나의 와인구매리스트에 항상 후순위에 있던 미국 쇼비뇽 블랑 와인. 하지만 스택스 립에서 만들었으니 허술하지는 않을 것이고. 늘 침만 삼키던 그 와인이었다.

 

스택스 립 아베타는 스페인 인상주의 화가 호야킨 소로야의 고향인 발렌시아 바닷가를 걷는 여인의 그림을 떠올리게 할 만큼 도도하고 우아했다. (사진=위키피디아)

 

무엇보다 이 와인, 색깔이 화사했다. 레몬색과 흰색을 섞은 듯한 우아함을 넘어선 도도한 색깔이었다. 향을 맡아보니 시트러스와 레몬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마셔봤더니 자몽, 오렌지, 복숭아의 맛이 났다. 마지막에는 파인애플, 구아바 같은 열대과일의 여운이 났다. 오크터치를 아주 미묘하게 해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와인을 마시는 순간, 짙푸른 바다와 그 바닷가 바람을 맞으며 흰색의 챙이 큰 모자를 쓴 여인이 걷는 모습이 떠올랐다. 얼마 전 서울 시내 한 전시회에서 봤던 스페인 인상주의 화가 호아킨 소로야(Joaquin Sorolla)의 그림의 한 장면이다. 고향인 발렌시아 바다의 푸른 물결과 하늘을 화폭에 옮겨놓은 그의 그림은 내가 회색빛 도시에 지쳤을 때 늘 꺼내 보던 그림의 하나다.

한모금만 마셨는데 깔끔한 시원함이 밀려 왔다. 여름철 쇼비뇽 블랑의 효용이다. 이 와인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앞에 마셨던 밀레짐(Millésime: 영어의 빈티지에 해당하는 프랑스어) 샴페인의 맛을 잠깐 잊어버릴 정도였다. 이 와인 덕에 스택스 립은 레드 와인뿐 아니라 화이트 와인도 꽤 잘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그동안 뉴질랜드·프랑스 쇼비뇽 블랑에 밀려 잘 찾지 않았던 미국 쇼비뇽 블랑을 좀 더 찾아서 마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권은중 전문기자는 기자로 20여 년 일하다 50세에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의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ICIF)’에 유학을 다녀왔다. 귀국 후 경향신문과 연합뉴스 등에 음식과 와인 칼럼을 써왔고, 관련 강연을 해왔다. 『와인은 참치 마요』, 『파스타에서 이탈리아를 맛보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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