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폭등 속 대출한도 긴축…‘전세대란’ 폭풍이 몰아친다 [매매·전세·월세 과열 주의보]②
전세 시장이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 한도 축소와 맞물리며 '전세대란'의 폭풍전야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월세까지 덩달아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위협받는 중. 금융당국의 졸속 대응이 화근이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극대화되는 이 시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자산 방어'를 외치는 전문가들 말고는 모두가 패닉 상태다.
※ 어이없는 현실: 주택 정책 실패를 서민들이 대가로 치르는 구조. 월가의 '주택 담보 대출' 장난감과 다를 바 없는 한국판 게임이 계속된다.
[블록미디어 권은중 전문기자] “와인은 샴페인과 나머지 와인으로 구분된다.”
샴페인 애호가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실제 근세 프랑스 궁정에서는 샴페인은 술이 아니라 유흥을 돋구는 음료쯤으로 취급됐다. 취하지 않는 술쯤으로 생각된 것이다. 하지만 샴페인은 대게 알코올 도수가 12도가 넘는 꽤 센 술이다. 탄산가스의 청량함이 술에 취하지 않는다는 착각을 줄 뿐이다. 샴페인은 이런 ‘착각’ 덕분에 파티술 혹은 축하주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지금도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나는 다른 의미로 샴페인을 좋아한다. 바로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어나 청국장처럼 와인 준비한 사람을 골탕을 먹이려고 의도의 안주가 아니라면 대체로 샴페인은 음식을 포용한다. 무엇이든 포용하는 샴페인의 아량은 거품과 산도에서 나온다. 탄산은 모든 기름기를 씻어내고 산도는 모든 소금기와 조화롭다. 그래서 한식이나 중식과도 잘 어울린다. 샴페인만큼 대부분의 음식과 조화를 맞추는 술은 거의 없다.
음식과 페어링을 지상 과제로 생각하는 나에게, 어느 날 샴페인에 대한 초심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샴페인을 만났다. 샤푸이 그랑 퀴리 블랑 드 블랑(Chapuy Grand Cru blanc de blancs) 브뤼 리저브였다. 이 와인의 코르크를 따기 전에 나는 ‘음 힘없이 여리여리한 뻔한 맛이겠군’이라고 짐작했다. 나는 샤르도네 100%를 사용하는 샴페인을 뜻하는 블랑 드 블랑보다는 힘찬 레드 품종인 피노 누아를 쓰는 블랑 드 누아 샴페인을 좋아한다. 그래도 ‘뭐 그랑 퀴리니까 조금은 다를까?’쯤으로 여겼다.
그런데 마셔보니 놀라웠다. 이 와인 덕에 나는 샹파뉴 지방의 지도를 찾으며 꼬트 드 블랑(Côte des Blancs)의 그랑 퀴리 샤르도네를 생산하는 6개의 마을을 찾았다. 이 와인은 그 마을 가운데 하나인 오제(Oger)에 있는 와이너리에서 생산된다. 이 지역에 우리말로 ‘흰 언덕’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 지역 토양이 흰색 석회암이기 때문이다. 석회암의 기반암이 포도밭 군데군데 하얗게 솟아 있는 것이 보일 정도다. 이런 토양은 샤르도네를 재배하기 최적의 토양으로 평가받는다. 쨍한 산도와 기품있는 미네랄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희소성은 꼬뜨 드 블랑에서만 눈여겨볼 대목이 아니다. 샹파뉴 전체 319개 크뤼 가운데 그랑 퀴리는 17군데 밖에 없다. 와인은 대지를 반영하는데 이 샴페인은 한때 바다였던 샹파뉴의 대지를 오롯이 반영하고 있었다.
그런 그랑퀴리 샤르도네로 만든 만큼 이 샴페인은 맛있었다. 섬세하면서 우아한데도 단단한 미네랄이 느껴졌다. 커피로 말한다면 야무진 남미 콜롬비아 원두에 섬세하고 상쾌한 향이 특징인 동아프리카 르완다 원두를 섞어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8만원대인 가격에 견줘 상당히 놀라운 퍼포먼스였다. 심지어 논 빈티지 샴페인이었는데도 이날 함께 마신 빈티지 샴페인이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을 뽐냈다. 샹파뉴의 샴페인 메이커는 포도가 좋은 해에만 그해 빈티지를 새긴 샴페인을 출고한다. 빈티지를 능가하는 논빈티지였다.
물론 샴페인과 함께한 음식도 한몫 했을 것이다. 늘 집에서 회나 튀김을 놓고 샴페인을 마시던 내가 이날은 꽤 핫한 서울 종로구 계동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모임을 가졌다. 그래서 이날 오랜만에 새우와 연어로 정성들여 만든 아뮤즈 부시(Amuse-bouche)와 샴페인을 즐길 수 있었다. 아뮤즈 부시란 프랑스어로 ‘입을 즐겁게 하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요리 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전채 전 한입거리 음식을 뜻한다. 보통 메뉴에는 포함되지 않고 셰프가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관례다.
샴페인에는 짭짤하고 기름기 있는 음식이 가장 어울린다. 혀 위에 생선 지방이 만들어준 부드러운 막을 샴페인의 잘디 잔 거품방울이 씻어내고 그 빈자리를 샴페인이 가진 향으로 채울 때 의 충만감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이어 목과 비강에 밀려오는 꽃향과 미네랄의 여운까지. 이래서 샴페인에 지갑을 여는 거지라는 수긍이 절로 나온다. 이날 샤푸이 꼬뜨 드 블랑이 그랬다. 이날 모임에서 그 뒤에도 여러 맛나고 값비싼 와인을 마셨지만 난 처음 스타터로 마셨던 샤푸이 그랑퀴리 블랑 드 블랑만 홀짝이고 있었다. “블랑 드 블랑은 연약하다”라는 나의 편견을 우아하게 교정해 준 샤부이의 옹골찬 거품이 지금도 눈앞에 삼삼하다.
* 권은중 전문기자는 기자로 20여 년 일하다 50세에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의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ICIF)’에 유학을 다녀왔다. 귀국 후 , 등에 음식과 와인 칼럼을 써왔고, 관련 강연을 해왔다. 『와인은 참치 마요』, 『파스타에서 이탈리아를 맛보다』 등의 저서가 있다.